[테샛 공부합시다] 공기업의 자연독점…도덕적 해이를 경계해야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지난달 20일 발표한 ‘공기업 부채와 공사채 문제의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이 추정한 우리나라 비금융 공기업 부채는 2017년 국내총생산(GDP)의 23.5%에 달한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 회원국 가운데 2위를 기록할 정도로 높은 수치라고 한다. 33개국 평균인 12.8%와도 큰 차이가 난다. 문제가 되는 것은 공기업 부채가 그동안 정부가 지급보증을 해왔다는 점이다. 위기 발생 시 공기업 부채 증가는 정부재정의 건전성과 바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공기업은 왜 적자와 부채가 점점 늘어나는 것일까?

자연독점을 누리는 공기업

보통 공기업은 시장에서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는 재화·서비스를 생산하는 역할을 한다. 전력, 수도, 철도 등 사회기반시설은 초기 투자금이 대규모로 투입되기 때문에 민간 기업들이 선뜻 나서지 못하는 사업이다. 그래서 이들을 담당하기 위해 공기업이 생겨나게 된다. 전력 시장을 생각해보자.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거점들에 발전소를 짓고 생산된 전기를 가정과 기업 공장 등에 공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송·배전 등 국가 전력망을 구축해야 한다. 이는 민간 기업들이 진입하기에 벅찬 규모의 대규모 투자금이 소요된다. 그렇기에 정부가 한국전력이라는 공기업을 세우고 관련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사업권을 부여한다. 한국전력이 구축한 전력 관련 인프라들은 초기에 막대한 비용이 투입된다. 하지만 오랜 기간에 걸쳐 인프라가 구축되면서 생산에 따른 한계비용이 낮아져 생산량이 증가할수록 평균비용이 하락하는 ‘규모의 경제’를 이루게 된다. 규모의 경제가 발생하면 보통 ‘자연독점’이 발생하게 된다.

부채 증가와 도덕적 해이

공기업은 정부가 전액출자하거나 사업권을 부여받아 설립되었기 때문에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사업에 동원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우리나라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정책 기조가 자주 변했기 때문에 공기업의 경영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정부가 주도하는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면 공기업은 공사채를 발행하게 된다. 보통 민간 기업들의 경우 적자와 부채가 쌓이면 은행들이 자금을 회수한다. 하지만 공기업은 위기가 발생하면 정부가 개입한다는 믿음 때문에 빚을 늘려 사업을 진행하는 것에 대한 심각성을 느끼지 못한다. 공기업 빚이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공기업은 정부의 출자를 받는다. 정부의 재원은 ‘국민의 세금’으로부터 나온다. 따라서 공기업의 ‘주인’은 국민이며, 공기업은 국민을 위해 대신 사업을 수행해 해당 재화·서비스를 제공하는 ‘대리인’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주인은 대리인이 사업을 성실히 수행하는지, 건전하게 경영하는지를 세밀하게 살펴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주인-대리인 사이에서 ‘정보의 비대칭’ 문제가 발생한다. 공기업에는 이런 구조적 문제점들로 인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한다.

방만 경영을 개선할 체계 만들어야

정부는 공기업 각 분야에 전문적인 인사로 최고경영자(CEO)를 임명하고, 경영을 감시할 감사위원들 또한 전문적인 외부인사로 꾸려 철저한 경영 평가를 시행해야 한다. 또한, 공기업을 정책 수행을 위한 도구로 볼 것이 아니라 건전한 운영을 통해 더 좋은 재화·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하도록 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좋은 실적을 낸 공기업 경영자는 연임되고, 손실을 초래한 경영자는 중도에 해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직원들 또한 성과나 직무에 따라 연봉을 받고 적자가 누적되면 인원 감축을 하는 등 자구책 수준의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