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보듬으며 50년 해로한 민병달씨 부부

대구 달서구에 사는 민병달(82)·박인자(78)씨는 장애를 가진 부부다.

남편 민씨는 5급 척추 장애인이고 아내 박씨는 왼손이 불편한 3급 장애인이다.

경북 군위가 고향인 민씨는 중학교 2학년 때 척추병이 생기면서 학업을 중단해야 했다.

장애가 있는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20대 후반에 대구에서 라디오 수리 기술을 익혔다.

라디오뿐 아니라 라이터, 계산기 등 고장 난 물건을 고치는 일을 생업으로 삼아 지내던 중 지인 소개로 박씨를 만나 1971년 결혼했다.

서구 비산동 좁은 주택에 신혼살림을 차린 부부는 집에 딸린 허름한 공간에서 간판도 없이 라이터, 계산기 등을 수리하며 생계를 이어나갔다.

70년대만 해도 라이터는 상당히 귀한 물건이어서 벌이가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 덕분에 민씨는 가족 생계를 책임질 수 있었고 2남 2녀를 대학에 보냈다.

지금 생각하면 그저 아득한 꿈같지만 지난 50년 세월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심했던 시절에 부부가 모두 장애인이라는 사실이 가끔은 어깨를 짓누르는 바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민씨는 단 한 번도 내색하지 않았다고 했다.

떳떳하게 기술을 배워 가족을 부양하는 당당한 사회인이라는 자부심으로 주위의 불편한 시선을 거뜬히 이겨냈다.

부모의 장애를 특별하게 여기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 주눅 들지 않은 자식들도 큰 힘이 됐다.

무엇보다 한쪽 손이 불편한 데도 50년을 한결같이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은 아내가 있었기에 지금까지 잘 버티며 살 수 있었다고 민씨는 말했다.

남들처럼 말다툼도 하고 갈등도 적지 않았지만, 화가 났다가도 몸이 불편한 서로의 처지를 생각하다 보면 이내 마음이 누그러지곤 했다고 한다.

그렇게 보낸 세월이 쌓이고 쌓여 이제는 10명 가까운 손자, 손녀를 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됐다.

애틋하게 서로를 챙겨주는 모습이 입소문을 타고 동네에 퍼지자 최근 구청에서 잉꼬부부상을 줬다.

부부 사랑의 비결을 묻자 민씨는 "별다른 건 없고 그저 서로를 이해하고 하루하루 건강하게 사는 게 비결이라면 비결인 것 같다"며 웃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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