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이 지난 80년간 제약업계의 ‘맏형’ 자리를 놓치지 않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강력한 연구개발(R&D) 능력이 자리잡고 있다.

종근당의 R&D 실력은 1950년대 출시한 구충제 ‘비페라’ 때 처음 발휘됐다. 당시는 국내 보건 수준이 낮은 탓에 기생충 감염률이 높았다. 종근당은 어린이들이 편하게 구충제를 복용할 수 있도록 캐러멜 형태로 개발했다. 비페라정은 강력한 구충 효과로 ‘기생충 박멸’의 1등 공신이 됐다. 1959년에는 경쟁사들의 비타민 제품과 차별화하기 위해 조혈·강장 기능을 더한 ‘헤모구론’을 내놓기도 했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텃밭인 면역억제제 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1995년 종근당은 야생 곰팡이에서 추출한 균주를 바탕으로 면역억제제 ‘사이폴’을 개발했다. 2003년에는 자체 기술을 통해 개발한 ‘타크로벨’을 내놨다. 타크로벨은 현재 종근당의 면역억제제 중 매출 규모가 가장 크다.

1993년 이장한 회장 취임 후에는 신약 R&D 역량도 대폭 강화했다. 이 회장은 1995년 중앙연구소를 기술연구소와 의약연구소로 이원화해 신약 개발을 본격화했다. 종근당은 2003년 항암제 신약 ‘캄토벨’을 시작으로 2013년 당뇨병 신약 ‘듀비에’, 2018년 빈혈치료제 바이오시밀러 ‘네스벨’ 등을 잇따라 내놨다. 특히 네스벨은 국내뿐 아니라 일본에도 출시되면서 종근당이 바이오 의약품 시장에 진출하는 계기가 됐다.

종근당은 바이오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CKD-508’, 희귀근육질환인 사르코마리투스 치료제 ‘CKD-510’ 등 혁신 신약에 대해 임상을 진행 중이다. 최근 코로나19 치료제 ‘나파벨탄’이 임상 3상에 들어가면서 주목받기도 했다.

R&D 투자비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에는 약 1500억원을 R&D에 투자했다. 총매출(1조3000억원)의 11.5%에 해당하는 규모다. 지난해엔 국내 제약사 중 가장 많은 임상시험(33건)을 진행할 정도로 신약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