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출신 향한 일상적 차별…"코로나 이후 외국인이라 더 위축"
전 세계 증오범죄도 가해자 아닌 '중국 탓'
[아시안 혐오] ① 경제력으로 줄 세우고 혐중 당연시
[※ 편집자 주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 19) 이후 세계적으로 '아시안 혐오'를 비판하는 다양한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한국도 아시안 인종차별 반대 흐름에 동참하고 있지만, 일상 속 아시아계 노동자와 결혼 이주 여성을 대상으로 한 차별은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연합뉴스는 오는 20일 세계인의 날을 맞아 한국식 아시안 혐오의 실태를 점검하는 기획 기사 3편을 제작해 일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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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터지고 나서 맘카페에 들어가 보면 '중국인 때문에 이게 뭐냐', '코로나 퍼뜨린 중국 너무 싫다'는 댓글이 너무 많았어요.

저 같은 사람이 회원일 수도 있는 걸 신경도 안 쓰는 거죠"
중국 출신 이주민 이연선(36)씨는 한국에 온 지 8년이 됐지만 여전히 일상에서 마주하는 아시안 차별에 마음이 불편할 때가 많다.

이씨는 "아이가 갑자기 '엄마 나는 다문화잖아'라고 말해 놀란 적이 있었다"며 "유치원에서 선생님이 '다문화는 손들어보세요' 해서 그 단어를 알게 됐다는데 다른 아이들이 모두 있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왜 그런걸 묻는 건가"라고 19일 토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더믹 이후 한국 사회에서 커진 아시아 출신 이주민을 향한 차별과 혐오의 분위기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전 세계에서 발발하는 아시안 증오범죄를 규탄하면서도 여전히 많은 한국인은 익명의 가면 뒤에 숨어 이들을 깔보고 무시한다.

우리 사회 뿌리 깊은 서구 중심 사고방식은 '아시아 출신 여성=결혼이주여성, '아시아 출신 남성=저임금 노동자'로 섣불리 판단하고 이들을 한국인의 일자리·복지혜택을 빼앗는 가해자로 취급한다.

◇한국식 아시안 혐오 기승…못 살면 차별 당연
이주민의 출신국에 따라 차별을 당연시하는 것은 한국식 아시안 혐오의 큰 특징이다.

경기가 악화하며 일자리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이주 노동자가 내국인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 '세금은 내지 않고 혜택만 챙기는 동남아 노동자' 등의 문구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시안 혐오] ① 경제력으로 줄 세우고 혐중 당연시
동국대학교 이주다문화통합연구소가 지난 3월 발표한 '코로나19 전후 다문화 관련 언론 보도 양상' 보고서를 보면 코로나19 발발 기점으로 다문화 관련 기사에 긍정적인 키워드는 감소하고 부정적인 키워드는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다문화라는 키워드가 결혼이주여성, 이주 배경 아동 등의 기사에서 다수 사용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이들의 부정적인 측면이 코로나 이후 더 강조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11월 발간한 '코로나19와 이주민 인권상황 모니터링'에 따르면 응답 대상자 이주민 307명 가운데 60.3%는 코로나19와 관련된 일상적 차별을 겪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설문 조사를 진행한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는 "재난 상황에서 이주민이 불법 행위나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이주민 배제 정책은 외국인에 대한 배타적인 태도와 외국인 혐오 등 사회적 불안 요소를 가중해 전체적인 사회 안정성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시안 혐오] ① 경제력으로 줄 세우고 혐중 당연시
◇ 증오 범죄 피해자 중국인 향해 비난
우리 사회의 아시안 혐오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곳은 온라인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코로나19를 대다수 네티즌은 '우한 폐렴', '중국 바이러스' 등으로 부르며 중국 출신 이주민에 대한 반감을 그대로 드러냈다.

지난 3월 한인 4명이 숨진 미국 애틀랜타 총격 사건과 관련한 연합뉴스 기사에 가장 공감이 많은 댓글을 보면 사건의 원인을 서구의 뿌리 깊은 인종차별 문화가 아닌 '중국에서 생긴 코로나' 때문으로 규정짓는 내용이 다수를 차지한다.

"코로나19 주범인 중공이 공식적 사과를 하고 서방인의 분노를 달래주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네이버 아이디 sssh****) "코로나 이후 삶이 피폐해지자 아시아인에 대한 증오범죄가 날로 심해지는 미국이다.

중국 때문에 이게 무슨 난리냐!(네이버 아이디 wpsw****) "중국 바이러스 맞잖아.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중국을 싫어하는 사람의 비율이 70%를 넘어"(네이버 아이디 kimh****)"
일상에서 중국 출신 이주민이 느끼는 차별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이씨는 "이제 공공장소에서 친구들과 중국어로 말하기가 두려울 정도"라고 전했다.

이주민센터 친구 이진혜 사무국장은 "중국 동포는 한국 문화를 공유하는 경우가 많아 사회 통합 정도가 높음에도 배제나 차별이 심각한 편"이라며 "우리와 비슷한 이들을 인정하기보다 우리와 다른 외국인으로 취급하려는 성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이 국장은 "대중문화에서도 중국 출신 이주민에 대한 편견이 심각하다"며 "이들을 공포의 존재로 만들어버리거나 공포의 이미지를 강화하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