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21일 세계도자실 신설 기념 학술대회
신안선에서 60점 나온 특이한 잔의 용도는 무엇일까
우리나라 수중고고학 역사에서 최고의 성과로 평가되는 신안선은 1323년 중국을 떠나 일본으로 향하다 전남 신안 앞바다에 침몰한 선박이다.

1976년부터 1984년까지 진행한 발굴조사를 통해 유물 2만4천여 점을 찾았는데, 대부분은 도자기였다.

형태와 크기가 다양한 도자기 중에는 '고족배'(高足杯), '고각배'(高脚杯), '고족잔'(高足盞) 등으로 불리는 특이한 잔 60점도 있었다.

고족배는 길쭉한 다리에 잔이 붙은 모습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세계도자실 신설을 기념해 21일 여는 학술대회에서 발표자로 나서는 장효진 국립광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고족배에 대해 "신안선 전체 도자기의 0.3% 미만을 차지하는 매우 적은 수량"이라면서도 "청자와 백자가 모두 확인되며, 최고급 품질에 글씨가 있는 자기도 있어 간과할 수 없는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장 연구사는 18일 공개된 발표문에서 고족배를 중국과 일본 교류 양상을 보여주는 유물로 평가하면서 그 용도를 추정했다.

그는 중국 학자들이 고족배를 술잔 혹은 떡, 과일을 담는 용기라고 보는 견해를 소개하고 "포도주나 차를 마실 때 사용했다는 설도 있다"고 설명했다.

장 연구사는 일본에서도 고족배가 차, 과일, 떡을 바치는 공양구로 쓰였을 가능성이 크지만, 대표적인 용도는 술잔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고족배가 사찰에 유통됐다면 절에서 음주 행위가 있었다는 것을 뜻한다"며 "일본에서 귀한 손님에게 술을 대접할 때 중국산 그릇이 사용됐을 수 있다"고 추측했다.

그는 일본 교토국립박물관이 소장한 청자 고족배가 금속으로 만든 망과 함께 보관됐다는 점을 근거로 후대에 향로로 용도가 변경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박정민 명지대 교수는 이번 학술대회에서 서울에서 출토된 청나라와 일본 자기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한다.

박 교수는 "서울에서 출토된 조선 후기 무렵의 외국 자기는 조선 전기보다 적다"며 "청화백자가 핵심이고, 기종은 발과 접시 등으로 국한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종로와 청계천 주변에서 청나라와 일본 자기가 많이 나왔고, 도성 서쪽인 돈의문 주변도 조선 후기 외국 도자기의 중요한 수요 지역"이라고 주장했다.

'도자기 해상 무역과 동서 문화 교류'를 주제로 열리는 학술대회에서는 네덜란드 화가가 디자인한 '양산을 쓴 부인' 그림이 있는 도자기, 1752년 침몰한 네덜란드 상선에서 나온 중국 자기 양상, 이슬람 문화권에 수출된 중국 청나라 도자기 등에 관한 연구 결과도 소개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