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칼을 빼들었다. ‘1호 사건’인 조희연 서울교육감의 해직교사 특별채용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에 나섰다. 공수처가 현직 검사를 처음 겨냥한 ‘이규원 검사 윤중천 면담보고서 사건’ 직접 수사에도 착수했다. “공수처의 수사력과 중립성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2부(부장검사 김성문)는 이날 오전 9시30분께부터 오후 7시10분께까지 서울 종로구 서울교육청 9층 교육감실과 10층 정책안전기획관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지난 10일 관련 수사에 착수한 지 8일 만에 이뤄진 첫 강제수사다. 조희연 교육감은 2018년 7~8월 “해직교사 5명에 대한 특별채용을 검토·추진하라”고 지시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고 있다.

조 교육감은 13일부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 및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광주에 머물러 압수수색이 벌어질 때는 서울교육청에 없었다. 서울교육청은 조 교육감 명의로 “공수처는 시민의 열망에 의해 탄생한 기구로, 공수처의 사명을 잘 알고 있다.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밝혔다.

다만 공수처가 조 교육감 사건을 1호 사건으로 선택한 것에 대한 잡음은 이어지고 있다. 공수처는 조 교육감에 대한 기소권이 없다. 17일 대검찰청이 전달한 의견에 따르면 공수처가 기소권을 갖고 있지 않은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의 보완수사에 응해야 한다.

불기소권에 대해서는 두 수사기관의 입장이 엇갈리는 만큼 공수처가 조 교육감 사건에 대해 공소제기 요청을 하든, 하지 않든 검찰과의 마찰이 불가피한 셈이다. 한 부장검사는 “‘공수처가 쉬운 수사를 골랐다’ ‘정권에 민감한 수사는 뭉갠다’ 등의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이번 수사를 잘해야 한다”며 “고위공직자 수사는 고차 방정식이다. 일반 음주운전, 사기 사건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공수처는 대검 과거진상조사단에서 활동했던 이규원 검사의 ‘윤중천 면담보고서 허위작성’ 의혹 사건에 대해서도 최근 직접 수사에 나섰다. 공수처는 해당 사건을 지난달 말 입건한 뒤 지난주 사건번호를 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검사는 2019년 대검 진상조사단에서 근무하면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윤중천 씨와 만나 면담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하고 이를 언론에 유출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조 교육감과 이 검사 사건은 앞으로의 수사 상황에 따라 자칫 ‘봐주기 수사’로 비쳐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조 교육감은 여권 인사고, 이 검사는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긴밀히 연결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공수처가 이 검사 소환이나 강제수사를 진행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검사 소환 여부에 대한 질문에 공수처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

남정민/김남영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