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열린 ‘5·18 민중항쟁 제41주년 서울기념식’에서 한 미얀마 참석자가 저항을 의미하는 세 손가락 경례를 한 채 얀 나이 툰 미얀마 국민통합정부 한국대표부 대표의 추모사를 듣고 있다. 군부 쿠데타 이후 미얀마에서는 반군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41년 전 5·18 민주화운동 피해자를 추모하고, 전두환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유인물을 배포해 '계엄법 위반' 혐의로 옥살이를 한 대학생이 40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4단독(진상범 부장판사)은 40년 전 계엄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복역한 A씨(66) 사건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 이 사건의 재심을 청구하면서 "당시 비상계엄 선포 등 국가의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내란행위를 저지해 정당하고 위법성이 없다"고 주장했고, 재판부는 A씨 측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A씨의 행위에 대해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행위 또는 그를 전후해 발생한 헌정질서 파괴범죄를 반대하는 행위"라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1980년 10월 서울의 신학대에 재학 중이던 A씨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사망한 피해자의 추모 예배를 진행하고, 8절지에 등사한 '피의 선언'이라는 선언문을 학생 약 80여명에게 나눠줬다. 선언문에는 "전두환이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만행을 동족 간에 서슴없이 자행하고도 애국자라 자처했다. 오늘 우리는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A씨는 또 학생 100여명과 함께 학교 본관 앞에서 시위하며 "전두환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외쳤고, 당시 계엄당국은 A씨를 계엄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이듬해인 1981년 법원에서 징역 1년이 확정됐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5·18민주화운동 유공자 출신인 김영환 전 의원이 18일 이재명 경기지사가 5·18 유공자와 유족에게 월 10만원의 생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광주정신 모독이자 유공자에 대한 모욕"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재명 지사가 광주민주화운동 유공자들에게 경기도에서 10만원씩을 지급한다고 한다"며 "이 모욕을 어찌 지켜봐야 한단 말인가"라고 썼다. 그는 "이런 돈을 받고도 광주를 말할 수 있는가"라며 "천박한 돈으로 하는 마치 모리배의 정치같아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디 광주정신 모독죄는 없는가"라고 되물었다. 김 전 의원은 연세대 재학 중이던 1980년 서울에서 광주 상황을 알리는 전단을 뿌리다 합수본에 연행돼 42일간 구금됐다. 이로 인해 2003년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지난달 민주화유공자증을 국가에 반납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민주화 유공자 대상과 혜택을 확대하는 법안을 낸 데 반발했다. 김 전 의원은 "오늘 문재인 정권에 참여한 수많은 호남인들은 광주의 정신에서 이탈했고 급기야는 김대중 정신에서 이탈했다"며 "문재인대통령과 민주화운동권은 광주와 김대중 정신을 문재인의 실패한 권력과 엿 바꿔 먹었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유력 여당 정치인들이 이날 광주에 총출동한 것을 언급하며 "오늘은 우루루 광주로 갔다"며 "대선주자도 여야의 방귀깨나 뀌는 정치인들이 부나방처럼 망월동에 가서 무릎을 꿇을 것이다. 또 비석을 쓰다듬고 나오지 않는 눈물을 흘릴 것이다"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산업은 중국에 추월당하고, 아이들은 희망을 잃고, 저출산으로 나라가 망하건 말건, 곳간이 텅 비건 말건, 서로 퍼주는 일에 핏발을 세우고, 전직들이 아방궁을 짓고 경호대를 위해 예산을 쓰고 기업인들을 잡아넣는 것이 개혁이 되는 나라가 되었다"고 비판했다. 김 전 의원은 "내 눈에는 광주가 1980년대 이후 최고도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좌초되고 있다"고 했다. 고은이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우리는 광주의 진실, 그 마지막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5·18 민주화운동기념일을 맞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린 글에서 "희망의 오월은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으로 열린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시민군, 주먹밥, 부상자를 실어나르던 택시, 줄지어 선 헌혈. 함께 이웃을 지키고 살리고자 했던 마음이 민주주의"라며 "오늘 그 마음이 촛불을 지나 우리의 자랑스러운 민주주의가 되고, 코로나를 극복하는 힘이 되었다는 것을 감사하게 되새긴다"고 말했다. 진상규명도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희망의 오월은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으로 열린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인권유린과 폭력, 학살과 암매장 사건 등을 본격적으로 조사하기 시작했다"며 "올해 3월에는 계엄군이 유족을 만나 직접 용서를 구하는 화해와 치유의 시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주 시민을 향해 기관총과 저격병까지 배치해 조준사격 했다는 계엄군 장병들의 용기 있는 증언이 전해졌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이렇게 우리는 광주의 진실, 그 마지막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며 "진실을 외면하지 않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오월의 광주를 기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옛 전남도청 건물을 1980년 당시의 모습으로 복원하기 위한 기본계획을 마쳤다"며 "박용준 열사는 등사원지에 철필로 원고를 옮겨 적어 광주 시민들의 소식지 '투사회보'를 만들었고 계엄군의 총이 앗아간 그의 삶이 ‘박용준체’를 통해 우리 품으로 돌아온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를 "민주주의를 새롭게 열어갈 미래 세대들을 위한 오월의 선물들"이라고 평가했다. 영화 '택시운전사'에 나온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도 기억했다. 문 대통령은 "오월 광주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리고 마지막까지 현장을 지키며 기록했던 그의 뜻을 기려, 오는 10월부터 ‘힌츠페터 국제보도상’을 시상한다"며 "광주가 성취한 민주주의의 가치를 세계 시민들과 나누는 선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얀마에 대한 메시지도 내놓았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오늘 미얀마에서 어제의 광주를 본다"며 "오월 광주와 힌츠페터의 기자정신이 미얀마의 희망이 되길 간절히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월 민주 영령들을 마음 깊이 기리며, 모진 시간을 이겨온 부상자와 유가족께 존경과 위로를 드린다"며 "민주와 인권, 평화의 오월은 어제의 광주에 머물지 않고 내일로 세계로 한 걸음 한 걸음, 힘차게 나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