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오픈채팅방서 "28층이라 안들림, 개꿀"
LH 직원 감사실서 특정해 당사자에 증거 내밀었지만

"꼬우면 이직" LH 추정 직원은 수사 여전히 난항
'블라인드' 특성상 글쓴이 특정할 데이터 없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시위자들에 대한 조롱성 글을 올린 LH 직원에게 해임 징계 처분이 내려졌다. 블라인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시위자들에 대한 조롱성 글을 올린 LH 직원에게 해임 징계 처분이 내려졌다. 블라인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집단적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진 후 LH 본사 건물 앞에서 벌어진 항의 집회를 두고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조롱성 발언을 한 입사 2년차 직원에 대해 회사 측이 해임 징계 처분을 내렸다. 반면 직장인 익명 애플리케이션(앱) '블라인드'에 "꼬우면 LH로 이직하든가"라고 쓴 직원에 대한 수사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H 감사실은 지난해 LH에 입사해 현재 수도권주택공급특별본부 공공정비사업처 소속으로 돼 있는 사원 A씨를 상대로 지난달까지 내부 감사를 벌인 뒤, 인사관리처에 해임 조치를 요청했다. 해임은 징계처분 중 파면의 전 단계로 '강제퇴직'까지 이뤄질 수 있는 중징계다. LH는 조만간 인사위원회를 열어 이 직원에 대한 징계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A씨는 익명의 오픈채팅방이지만 카톡에 글을 쓴 탓에 덜미가 잡혔다.

그는 지난 3월 LH 사태 이후 카톡 오픈채팅방에서 "저희 본부엔 동자동 재개발 반대시위함. 근데 28층이라 하나도 안 들림 개꿀"이라는 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알려져 공분을 샀다. LH 감사실이 사측에 제출한 처분요구서에 따르면 수도권주택공급특별본부가 해당 발언 사건과 관련해 일정 기한 내 자진신고할 것을 권고했지만 A씨는 신고하지 않았다.

이 직원은 LH 내부 감사 과정에서 해당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허위로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자신의 스마트폰에서 오픈채팅방 대화방 내역을 지우고 카카오톡 앱 자체를 삭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감사실이 당사자를 특정할 수 있는 증거를 제시하자 뒤늦게 "동자동 재개발 반대 시위자들을 조롱하거나 비난하고자 하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직장인 익명 앱 '블라인드'에 "꼬우면 이직하라"고 써 국민적 공분을 산 LH 추정 직원에 대한 수사는 여전히 더딘 것으로 알려졌다. 블라인드.

직장인 익명 앱 '블라인드'에 "꼬우면 이직하라"고 써 국민적 공분을 산 LH 추정 직원에 대한 수사는 여전히 더딘 것으로 알려졌다. 블라인드.

반면 LH 사태가 불거진 뒤 직장인 익명 앱 블라인드에 "꼬우면 (LH로) 이직하든가"라는 글을 작성했던 LH 직원 추정 B씨에 대한 수사는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분을 불러일으키자 LH는 지난 3월14일 명예훼손·신용훼손·모욕 등 혐의로 글쓴이를 고발했다.

경찰은 이후 해당 인물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얻기 위해 블라인드 본사에 IP 등 관련 정보를 요청했으나 본사로부터 "해당 글 작성자를 특정할 만한 어떠한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답변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후 미국에 있는 블라인드 본사에 이메일로 두 차례에 걸쳐 압수수색 영장을 보내 해당 글이 작성된 IP 주소와 아이디 등 참고자료를 보내달라고 요청했지만 블라인드 측은 확인해줄 자료가 없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블라인드는 이 과정에서 미국에서도 해당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며 실제 미국 판례를 답변에 첨부했다.

블라인드 앱은 카카오톡과 달리 회사 이메일 계정으로만 인증해야 가입 가능하며 이후 블라인드 측으로부터 계정을 받는 형식으로 운영된다. 블라인드는 익명 보장을 위해 회사 이메일은 재직자 확인 용도로만 활용하고, 이후엔 블라인드 앱 계정과의 연결고리를 파괴한다. 이 과정에서 블라인드가 특허를 출원한 '단방향 암호화'가 진행돼 회사 측에서도 개인 정보를 확인할 수 없는 원리다.

때문에 블라인드 측에서도 이용자를 특정할 수 없다. 비밀번호 찾기, 이메일 소유자 기록 열람 등도 불가능하다. 블라인드의 속성상 회사가 아예 데이터 자체를 갖고 있지 않는 구조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글을 썼다가 특정된 케이스와 달리 수사에 난항을 겪는 셈이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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