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기념식서 1980년 5월 기자 취재수첩·시민 일기 공연으로 재현

"공수부대원 일제히 곤봉. 길 가던 신혼부부 영문 모른 채 참혹한 구타."
18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제41주년 기념식장에는 1980년 5월 광주 거리의 참상이 배우들의 음성을 통해 낮게 울려 퍼졌다.

기념공연 '기록을 말하다'의 배우들은 유네스코 기록물로 등재된 5·18 당시 시민의 일기와 기자의 취재 수첩, 시민성명서 등을 독백 형식으로 표현했다.

당시 광주주재 기자였던 동아일보 김영택 기자의 취재 수첩에는 계엄사령부가 광주에 공수부대를 대량 투입한 첫날인 1980년 5월 18일 오후 4시 광주일고 인근의 상황이 생생하게 담겨 있었다.

김 기자의 기록에 따르면 계엄군 트럭 11대가 도착해 공수부대원 250명이 차에서 뛰어내렸다.

반대편에는 전남대학생 70∼80명이 "계엄 철폐" 등 구호를 외치고 있었고 시민들은 도심에 나타난 대규모 군 병력을 보고 웅성거렸다.

김 기자는 당시 상황을 '시민 여러분 돌아가십시오. 안내방송 한 번 후 공수부대원 일제히 곤봉. 길 가던 신혼부부 영문 모른 채 참혹한 구타. 비무장 학생에게 사격. 시민들 분개. 시민 여러분 앞으로 전진합시다.

태극기 들고 흔들어'라고 기록했다.

무대에 선 배우들은 수사를 최대한 줄인 김 기자의 글을 담담하게 읊었지만 당시 참상을 직접 겪은 참석자들은 끓어오르는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여고생 주소연 씨의 일기에 쓰였던 '이 사태를 직접 보지 않고 이 모든 사실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이 사태를 안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는 문구처럼 정부가 국민을 향해 자행했다고는 믿을 수 없는 비극이었다.

1980년대 노동운동과 학생운동에 투신했던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기념식에 참석해 "5·18은 신군부의 국민학살"이라며 사과하고 "시신이라도 찾고 싶은 애절한 심정을 헤아려 더 늦기 전에 역사 앞에 진실을 보여달라"며 당사자들의 증언과 가해자들의 사과를 촉구했다.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