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열린 '고 손씨를 위한 평화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우산을 쓴 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6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열린 '고 손씨를 위한 평화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우산을 쓴 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찰이 지난 주말 서울 서초구에서 열린 고(故) 손모(22)씨 추모 집회·행진과 관련해 집시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손씨는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된 후 최근 숨진 채 발견됐다.

18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 16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과 서초서 앞에서 열린 집회를 비롯해 이들 장소 사이에서 이뤄진 행진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채증자료 등을 바탕으로 검토하고 있다.

당시 시민 수백명은 오후 2시께 공원에 모여 손씨 친구 A씨의 실명을 외치며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시위대 중 일부는 오후 3시께부터 서초서를 향해 행진한 뒤 서초서 맞은편에서 집회를 벌였다.

이 집회와 행진은 사전에 경찰에 신고되지 않았다. 집시법 제6조 1항에 따르면 옥외집회(시위·행진)를 열려면 집회 시작 최대 720시간(30일)∼최소 48시간(2일) 전에 관할 경찰서장에게 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번 집회는 일반 집회와 달리 주최자를 특정하기 어려워 경찰이 법률 적용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참가자들 대부분은 맘카페와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집시법상 미신고는 집회 주최자를 처벌할 수 있지만 단순 참가자에 대해서는 처벌 규정이 없다. 다만 집시법 제20조는 미신고 집회에 내린 경찰의 해산 명령을 받고도 지체없이 해산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에 경찰은 당시 집회 참가자 일부가 한강공원을 벗어나 서초서로 행진하는 과정에서 몸싸움 끝에 경찰 저지선을 뚫고 행진을 이어간 부분은 집시법 위반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경찰은 서울시와 서초구가 집회 참가자들을 감염병예방법 위반으로 수사 의뢰하거나 고발하면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