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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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최근 김명수 대법원장의 거짓말 논란 이후 판사들의 사기가 크게 저하됐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A 박범계 장관 : (공감한다는 뜻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임)

Q : “그와 비슷한 이유로 보자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대검찰청의 수사심의위원회에서 ‘기소 권고’ 결정을 냈습니다. 기소되면 피고인 신분인데 계속 지검장 직무를 수행하거나 영전을 하면 검찰 내부 사기 저하는 물론, 일반 국민들의 법조계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박범계 장관 : 중복된 질문이라서 부가적으로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취임 100일을 맞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필자가 한 질문에 대한 박 장관의 답변이었습니다. 이날 이성윤 지검장의 거취에 대한 질문이 몇 번 나왔는데 박 장관의 답변은 “기소와 징계는 다르다”였습니다. 저의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는 결이 좀 다른데 이성윤 지검장에 대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답변을 회피했습니다. 이외에도 박 장관의 간담회에 참석한 뒤 몇 가지 의문점이 생겼습니다. 이에 대한 내용을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간담회 시점부터 흥미로웠습니다. 지난 11일 오후 2시에 열렸는데 전날인 10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요청한 대검찰청 수사심의위가 열렸습니다. 수심위는 이성윤 지검장에 대해 ‘기소 권고’ 결정을 내렸죠. 헌정 사상 현직 서울중앙지검장이 기소되는 첫 사례가 나오게 될 상황이었습니다. 박 장관의 ‘입’에 이목이 쏠리는 상황이었죠.

박 장관은 이날 참석해 “수사심의위 결과를 조금 전에 보고 받았다”며 “때문에 이러저러한 깊이 있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고 운을 띄웠습니다. 여기서 첫 번째 의문점이 생겼습니다.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성윤 지검장의 거취에 대한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수심위 판단에 따른 경우의 수도 ‘기소’와 ‘불기소’ 권고 두 가지뿐입니다. 각각에 대한 대응방안을 생각해보는 건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겁니다.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인 중앙지검의 수장에 대한 문제는 핵심 중에서고 핵심사안 입니다. 그럼에도 “조금 전에 보고를 받아 깊이 생각해보지 못했다”는 말은 믿기 어려웠습니다.

또 수심위 결과가 전날인 10일 오후 6시쯤 나왔음에도 다음날에서야 보고를 받아서 알게 됐다는 말 또한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당일 저녁 언론매체들이 일제히 이 내용을 보도했고 인터넷 뉴스창과 각종 게시판에서 기사를 지나칠래야 지나칠 수도 없었을 겁니다. 법무부 장관으로서 “다음날에 보고를 받아서 알게 됐다”는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돌았습니다.

두 번째 의문점은 서두의 질문에 대한 박 장관의 답변이었습니다. 질문의 요지는 “피고인 신문이 된 지검장으로 인해 검찰 내부의 사기저하와 국민들의 불신이 심화될 거라는 생각을 해봤는가”였습니다. 이는 지극히 단순한 질문입니다. 보고를 하루 뒤에 받아서 깊이 있게 생각해볼 시간이 없었다 해도 충분히 답변 할 수 있는 ‘상식’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대법원장의 거짓말 논란에 대해 공감을 표시했던 박 장관의 얼굴과, “중복된 질문이라서 부가적으로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라는 박 장관의 답변에서 크나큰 내로남불격 온도차를 느낀 건 과한 것이었을까요?

박 장관의 “기소와 징계는 다르다”는 주장이 과연 이성윤 지검장 기소라는 사안에 적용될 만 한 것인가도 생각해봐야 할 부분입니다.

이날 박 장관은 “기소된다고 해서 다 직무배제 되는 것도 아니고 징계되지 않은 범죄에 대해서도 직무배제 가능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당장 이 지검장 징계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죠. 실제로 이성윤 지검장은 박 장관 기자간담회 다음날인 지난 12일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그리고 아직까지 별다른 조치가 내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박 장관은 “(김학의) 출국금지와 관련해 이미 기소가 된 사람이 있고, 기소가 예정된 사람도 있다”며 “당사자들은 완전히 부인하고 있고, 검사는 확신에 차서 기소를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 사건의 시작과 수사 착수의 시점, 배당, 지휘체계, 피의사실 공표 등 짚어야 할 대목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짚어야 할 시기와 관련해선 “2013년부터 현재까지 통틀어 모두 다”라고 답했습니다.

헌정 사상 첫 피고인 신분의 지검장이 등장하자 검찰은 물론 법조계 안팎도 술렁이고 있습니다. 서울중앙지검장은 검찰에서도 가장 중요한 자리 중 하나입니다. 수심위까지 거쳐 기소가 된 상황에서 지검장에 대한 별다른 조치가 내려지지 않은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요. 이에 대한 질문과 그에 대한 박 장관의 답변은 글의 서두에서 이미 보셨습니다.

세 번째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 탈정치화와 관련한 의문입니다. 박 장관은 “검찰의 중립성이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등장했다”며 “정치적이라는 평가를 듣지 않도록 하는 것이 조직문화 개선의 지점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편 가르기가 아닌 검사의 정치 중립성을 강화하는 게 중요한 과제”라며 “검찰이 탈정치를 위해 조직문화를 개선해야 한다. 수사팀 구성·기간·배당 등까지 이쪽저쪽을 가리지 않는 보편타당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도 이성윤 지검장에 대한 의문을 떨쳐낼 수가 없습니다. 윤석열 전 총장 재임시절, 이성윤 지검장은 윤 전 총장과 자주 대립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추미애 전 장관과 윤 전 총장 사이에 마찰이 발생했을 때 이 지검장이 추 전 장관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였습니다. 이 때 당시 윤 전 총장에 대해 “정치적이다”. “정치할 거면 검찰조직을 떠나라”라는 비판이 제기됐는데요. 그렇다면 윤 전 총장과 대척점에 서 있는 이성윤 지검장도 정치적으로 편향적인 입장을 가진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입니다. 이러한 논리가 틀리지 않다면 이 지검장은 기소 때문이든 정치적 성향 때문이든 직무에서 배제되는 게 맞다는 주장에 힘이 실립니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같은 질문이 나왔는데요. 박 장관은 이에 대해 “많은 생각 많은 고려를 해 보편 타당한 접근, 숙고를 하도록 하겠다”고 짧게 답했습니다.

네 번째는 피의사실공표의 기준입니다. 대검찰청이 지난 14일 이성윤 지검장의 공소장 유출 관련 진상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이는 앞서 법무부는 박범계 장관이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직권남용 등 사건의 공소장 범죄사실 전체가 당사자 측에 송달도 되기 전에 그대로 불법 유출 됐다”며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진상을 조사하도록 지시하면서 이뤄진 겁니다. 지난 12일 이 지검장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 외압 혐의로 기소될 때 언론을 통해 이 지검장의 공소장 일부가 공개된 데 따른 것입니다. 이 공소장에는 처음으로 조국 전 장관이 등장했습니다. 수사 무마를 위한 외압 과정에 조 전 장관도 일정부분 역할을 했다는 정황이 담겨 있습니다.

박 장관은 이전에도 피의사실공표 부분을 강조해왔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나오는 정보들로 피의 당사자 등이 억울하게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검찰이 제시하는 건 혐의일뿐 재판이 확정될때까진 죄가 아닙니다. ‘무죄추정의 원칙’이죠. 국민의 알권리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혐의와 주장이 무분별하게 흘러나오는 건 문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박 장관은 박근혜 정권 ‘국정 논당 사태’가 터졌을 때 “국민의 할권리를 위해 수사 상황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박 장관이 이날 수차례 강조한 ‘보편타당한 기준’에 따르면 “그때는 맞고 이번 사건은 틀린”것일까요.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법무부가 피의사실공표와 관련된 구체적인 매뉴얼을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국민의 알권리를 절대 제약할 수 없지만 수사 동력으로 삼기위한 여론몰이, 표적수사용 여론몰이는 능동적 피의사실공표로 볼 수 있다는 내용 등이 담길 것으로 관측 됩니다. 법무부가 과연 어떤 매뉴얼을 내놓는지 지켜봐야겠습니다. 그리고 이번 간담회를 통해서 갖게 된 의문점들이 빠른 시간 내에 해소될 수 있을지도 함께 지켜봐야겠습니다.

최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