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 딸의 손을 잡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어머니를 승용차로 치어 숨지게 한 50대 운전자 A씨가 17일 오후 구속 전 영장실질심문을 위해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세 딸의 손을 잡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어머니를 승용차로 치어 숨지게 한 50대 운전자 A씨가 17일 오후 구속 전 영장실질심문을 위해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눈 수술 3일 만에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았다가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사망사고를 낸 50대 남성이 구속됐다.

인천 서부경찰서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상 혐의로 A씨(54)를 구속했다고 17일 밝혔다.

앞서 장기석 인천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이날 A씨의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도주할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1일 오전 9시20분께 인천시 서구 마전동 한 삼거리에서 자신의 레이 승용차를 운전해 좌회전 하던 중 4살 딸의 유치원 등원길에 나섰던 B씨(32·여)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고 직후 B씨는 차량 밑에 깔려 4~5m가량을 끌려가 온몸에 심한 상처를 입었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1시간만에 결국 사망했다. B씨의 딸 C양(4)도 다리에 골절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앞이 흐릿하게 보이는 데다 차량의 A필러에 시야가 가려 횡단보도를 건너던 B씨 모녀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또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사건 발생 3일 전엔 지난 8일 왼쪽 눈의 익상편을 제거하는 수술을 하고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차량을 몰았다.

현장에는 차량이 급제동할 때 생기는 타이어 자국인 '스키드 마크'가 발견되지 않았고, 이를 토대로 경찰은 사고 진적과 직후 A씨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A씨는 이날 영장실질심사에 앞서 인천지법에서 만난 취재진의 "잘못을 인정하나. 정말 피해자를 못 봤나" 등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