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호모 사피엔스 : 진화∞ 관계& 미래?'
인골·영상물 등 700여점 선보여…"유물보다 메시지에 초점"
코로나 시대, 700만년 인류 진화의 여정을 돌아보다(종합)
"호모 사피엔스는 수만 년 동안 긴 여행을 거쳐 오늘날 전 지구에 퍼지게 됐으니 추상적 의미로 '인류의 여행'이라는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류 역사에서 우리 조상은 결코 영웅도 정복자도 아니었다.

"
21세기 영국 학자 앨리스 로버츠는 현재 78억명에 이르는 인류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도 살아남은 것은 대단하지만, 인류는 과거와 비교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700만 년간 진화를 거듭하며 문명을 일구고, 기술을 축적한 인류. 지구상의 독특한 생물종인 인류는 과연 어떠한 존재일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라는 새로운 과제에 직면한 인류가 진화해 온 여정을 다른 생물종과의 관계 속에서 돌아보고, 예측 불가능한 미래를 내다보는 전시가 마련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인류와 관련된 화석 자료와 고고학 자료 등 전시품 700여 점과 영상으로 꾸민 특별전 '호모 사피엔스 : 진화∞ 관계& 미래?'를 18일부터 9월 26일까지 연다.

역사와 고고학, 미술사를 주로 다루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인류의 진화'라는 주제로 기획한 첫 전시다.

코로나 시대, 700만년 인류 진화의 여정을 돌아보다(종합)
크게 두 개로 나뉘는 전시 공간은 여러 면에서 대비된다.

내부가 각각 흰색과 검은색이고, 이에 따라 조명 밝기에도 차이가 있다.

'진화'에 초점을 맞춘 앞부분에서는 약 700만년 전 유물로 추정되는 인류 화석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를 기점으로 인류가 진화해 온 과정을 고인골 28개로 설명한다.

인골은 복제품이어서 관람자가 자유롭게 만져볼 수 있다.

아울러 환경이 급격히 바뀌는 상황에서 인류가 살아남은 과정을 살피고, 유전자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호모 사피엔스를 조명한다.

김동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17일 공개회에서 "흔히 진화를 더 나은 방향으로의 변화로 오해하지만, 진화에는 특별한 방향성이 없다"며 "진화 과정은 직선이 아니라 나뭇가지나 강줄기 모양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류의 삶은 위기 속에서 주변 환경을 극복하고 생존하는 과정이었다"며 "긴 시간 동안 20여 종의 인류 조상이 나타났지만 대부분 사라지고 호모 사피엔스만 남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전시 앞쪽인 1부는 진화의 백과사전 같은 느낌으로 꾸몄다"며 "아이들이 고인골을 무서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조명도 밝게 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 시대, 700만년 인류 진화의 여정을 돌아보다(종합)
인류는 피부색, 언어, 가치관이 달라도 모두 단일한 생물종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공간을 지나면 동굴을 연상시키는 2부가 나타난다.

호모 사피엔스를 주제로 삼은 2부는 예술, 장례, 도구, 언어와 기호, 탐험 등 다섯 가지 범주로 나뉜다.

어두컴컴한 좁은 길의 벽면에서는 프랑스 라스코 동굴과 스페인 알타미라 동굴 등에 남은 벽화 영상이 흐르고, 물이 떨어지는 소리도 들린다.

인류가 상상력을 동원해 제작한 자그마한 조각상을 진열하고, 무덤 내부 모습을 재현하기도 했다.

매머드를 비롯한 동물 뼈들에 둘러싸인 공간에서는 '함께하는 여정'이라는 명칭의 실감형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다.

또 세계 구석기와 한반도 구석기 기술체계를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대형 패널과 단양 수양개 유적에서 출토된 눈금을 새긴 돌도 전시됐다.

석기는 시간이 흐를수록 작고 정교해졌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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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이 대전 국립중앙과학관, 파주 전곡선사박물관과 함께 준비해 독특하고 색다르다.

다만 전시물 중 상당수가 복제품이고, 내용이 다소 어렵게 느껴진다는 점은 아쉽다.

김 연구사는 "인류 진화를 유물보다는 메시지 중심으로 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국립중앙과학관은 오는 12월, 전곡선사박물관은 내년 4월 같은 전시를 개막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