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회 초청 정운천·성일종 의원 참석 "40년 두꺼운 벽 넘은 듯"
"5·18추모제에 상상 못한 일이"…국민의힘 손 맞잡은 유족들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 오늘 이뤄졌네요.

"
5·18 민주화운동 41주년을 하루 앞둔 17일 희생자 유가족들의 '제사' 성격인 추모제에 국민의힘 정운천·성일종 의원이 모습을 나타냈다.

유족회의 초청을 받아 참석한 것인데, 지금까지 보수 정당 인사가 추모제에 초청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성 의원은 국회 정무위원회 야당 간사로 5월 단체가 공법단체로 승격하는 법안 통과에 협조했고, 정 의원은 국민통합위원장을 맡아 5월 단체와 당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했다.

특히 유족회의 경우 공법단체 설립 시 방계인 형제·자매들이 유족회원 자격을 얻지 못하는 문제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는데, 이 문제 역시 정무위에서 법안 개정을 통해 해결했다.

이러한 야당의 긍정적 태도에 유족회원들은 추모제에 참석한 두 사람을 크게 환영했다.

자유한국당 시절 현직 의원들이 5·18에 대한 왜곡 발언을 한 것을 두고 크게 분노하던 1∼2년 전과는 180도 다른 분위기였다.

유가족들은 추모식장으로 들어선 이들의 손을 꼭 마주 잡고선 "역사상 처음으로 하는 악수"라며 환한 웃음을 보였다.

연신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며 마음을 표현하거나 두 의원을 보듬어 안아주는 유가족도 있었다.

유가족들의 감사 인사는 단순히 법안 통과에 협조해 준 것을 넘어선 듯 보였다.

진정성 있는 사과와 행동으로 5·18을 대하는 모습이 변모한 국민의힘에 대한 용서와 화해였다.

"5·18추모제에 상상 못한 일이"…국민의힘 손 맞잡은 유족들
추모식이 시작되자 두 의원은 가장 앞줄에 앉아 식이 진행되는 것을 경건하게 지켜봤다.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는 순서 땐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손을 앞뒤로 흔들며 노래를 불렀다.

추모식을 마친 이들은 김영훈 유족회장의 안내를 받아 윤상원·박관현·김재수 등 5월 열사들의 묘소를 둘러봤다.

박관현 열사의 유가족은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 할 일이 이렇게 일어났다"며 "5·18을 위해 이렇게까지 열심히 해주실 줄은 몰랐다.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 유족회장 역시 "여야를 떠나 정치권 모두가 5월 단체를 위해 많은 협조를 해줬다"며 "그 공로를 치하하기 위해 우리의 제사에 초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의원과 성 의원도 화답했다.

정 의원은 참배를 모두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드디어 오늘로써 40년 두꺼운 벽을 넘은 것 같다"며 "5·18 정신이 국민 통합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혼신의 힘을 다 해왔던 것이 오늘에 이르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당내 5·18 폄훼 발언에 대해서도 "김종인 위원장의 무릎 사과 이후에는 새로운 당으로 바뀌고 있다"며 "적극적으로 5·18 정신을 살리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으니 2년 전 이야기는 이제 묻어둘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성 의원 역시 "마음을 열고 따뜻하게 유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해줘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광주의 정신이 더 빛날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5·18추모제에 상상 못한 일이"…국민의힘 손 맞잡은 유족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