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교육 못하는 민사고 누가 오나, 일반고로 전환되면 문닫을 수 밖에…"
“일반고가 되면 누가 ‘민사고’를 오려고 하겠습니까. ‘민족주체성교육과 영재교육으로 지도자를 양성한다’는 건학 이념과도 맞지 않습니다.”

한만위 민족사관고(민사고) 교장(사진)은 14일 이같이 밝혔다. “교육부 시행령 개정에 따라 2025년 민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얘기다.

한 교장은 “일반고로 전환하면 자율형사립고(자사고)여서 받고 있는 학생당 연 2600만원가량의 학비를 받지 못한다”며 “석·박사 수준의 교사들이 소수정예로 운영하던 수준 높은 교육을 제공할 수 없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민사고다운 교육을 하지 못하면 학부모도, 학생도 학교를 선택하지 않을 테니 존립은 어렵다”고 했다.

한 교장은 “문재인 정부의 자사고 일괄 폐지 방침에 문제가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996년 개교 이후 엘리트 교육의 산실이었던 민사고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려는 고교학점제, 교과교실제를 일찌감치 실행한 학교다.

그는 “민사고의 모든 교사들은 개별 연구실에서 5~7명의 학생과 수업한다”며 “학생들이 듣고 싶은 수업을 신청하고, 원하는 수업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할 수 있어 수업만 200여 개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정부가 시행하려는 정책의 모범인 학교를 선도학교로 만들기는커녕 없애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민사고로서는 ‘탈출구’도 마땅찮다. 한 교장은 “대안교육 특성화고 전환을 고려 중이지만 교육당국과의 협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헌법소원만이 유일한 탈출구”라고 토로했다.

민사고 등 전국 자사고·외고는 “일반고 일괄 전환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지난해 제기한 바 있다. 한 교장은 “대한민국 공교육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면 민사고는 자연스레 역사의 무대에서 퇴장할 것”이라며 “학부모들이 왜 비싼 학비를 내며 깊은 산속 학교에까지 보내고 있는지부터 정부가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