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1천300여명 모금 "미얀마에서도 민주화 열망 이뤄지길"
'5·18 시민 치료' 전남대병원, 미얀마 의료진 후원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신군부의 유혈진압에 맞선 광주시민들을 치료했던 전남대병원이 군부의 폭압에 항거하는 미얀마 국민과 의료진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전남대병원은 군사 쿠데타 발생 후 민주화 열망을 불태우고 있는 미얀마 국민들과 의료진을 응원하고자 직원들이 성금을 모아 미얀마 광주연대인 5·18 기념재단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13일 밝혔다.

현재까지 본원과 화순전남대병원, 빛고을 전남대병원, 전남대 치과병원 직원 1천340명이 참여해 3천560여만원이 답지했다.

이번에 전남대병원 의료진이 미얀마 의료진을 적극 지지하고 나서게 된 것은 41년 전 광주에서와 비슷한 양상이 미얀마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얀마 인권을 위한 의사협회와 15개 의·치·약대 학생연합이 국제기구에 '의료인으로서 눈앞에서 죽어가는 환자들을 보면서 무력함과 엄청난 죄책감을 느낀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5·18 당시 전남대병원 의료진의 감정과 거의 흡사해 의료진의 마음을 움직였다.

미얀마에서는 군부가 지난달 21일까지 시민불복종운동에 참여한 의료인 179명을 기소하는 등 공포감을 극대화하고 있다.

전남대병원도 1980년 5월 계엄군의 발포 직후 사상자로 가득했으며 계엄군이 병원을 사격하기도 해 사실상 야전병원이나 다름없었다.

의료진들은 꿋꿋하게 병원을 지키며 사명감을 가지고 본연의 업무를 수행해 국내·외 의료계에서 표상이 됐다.

2017년에는 당시 의사·간호사·임상병리사 25명의 생생한 증언을 담은 '10일간의 야전병원'이라는 증언집을 발간해 시민들과 언론·의료계·관련 단체들의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10일간의 야전병원'에는 미얀마 의료인의 심정과 비슷한 증언이 그대로 담겨있다.

당시 마취과 레지던트였던 유경연 전 전남대병원 교수는 '출혈이 너무 심했던 일부 환자의 혈액 공급이 부족해 수술을 포기해야 했던 때가 가장 마음 아팠던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흉부외과 레지던트였던 오봉석 전 교수는 '아이의 가슴과 척추에 박힌 총알을 꺼냈다.

총알이 중요 장기를 비껴간 덕에 아이는 목숨을 건질 수 있었지만 다리는 영영 쓰지 못하게 됐다.

어린아이에게까지 총을 쏘다니 모든 의료진이 분개했다'고 기록했다.

'5·18 시민 치료' 전남대병원, 미얀마 의료진 후원
안영근 병원장은 "비록 코로나19로 인한 엄중한 상황이지만 5·18 참상을 겪은 전남대병원이 이웃 국가의 비슷한 상황을 외면할 수 없었다"면서 "미얀마의 민주화 열기에 힘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