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항 산재 사망 사고 추모 문화제…"안전 무시하는 기업·정부 성찰해야"
애끓는 故이선호씨 부친 "살려고 일하지 죽으려고 일하나"

"일하러 갔다가 일 마치고 집에 가는 사람들은 재수가 좋은 사람들입니다.

일하다가 다치거나 죽은 사람들은 재수가 없는 사람들입니다.

이게 오늘날 산업 현장의 모습입니다.

우리가 살려고 직장에 가는 것이지 죽으려고 가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
지난달 평택항에서 무게 300㎏가량의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숨진 이선호(23)씨를 추모하는 문화제가 13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렸다.

아버지 이재훈씨는 어지럼증을 느끼면서도 시민들 앞에서 담담히 심경을 이야기했다.

이씨는 "'이 일을 하다 다치거나 죽을 수 있다'는 생각도 못하고 일터로 내몰리는 젊은이가 얼마나 많은지 아는가"라며 "이 친구들은 학비에 보태고 용돈벌이를 하려고, 돈 몇만원 벌러 간 곳에서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한다.

그 일을 시킨 사람이 어른이다"라고 했다.

아들이 죽은 평택항 현장은 아버지 이씨가 8년을 일해 익숙한 곳이다.

그는 "사건의 모든 원인은 원청에서 비용을 절감하고 인건비를 좀 줄이겠다고 적정한 안전요원을 투입하지 않은 것"이라며 "많은 돈도 아니고 하루 10만원만 들였으면 내 자식은 죽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분노와 애통함 속에 말을 이어간 이씨는 기업들과 정부에 성찰을 요청했다.

기업에는 "대체 왜 이런 식인가.

10만원 아껴서 얼마나 더 부자가 되려고 그러시나.

자기 성찰을 하셔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공무원들을 향해서는 "이윤만 밝히는 기업가보다 안일에 빠진 공무원이 더 나쁜 사람들"이라고 꼬집었다.

동병상련의 아픔을 겪은 고(故)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자식을 잃은 아픔은 깊은 나락에도 떨어지게 하지만 분노도 함께 느끼게 한다"며 "수많은 유족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강하게 촉구했으나 기업과 정부의 반발로 사람을 살릴 수 없는 형편없는 법이 됐다.

그럼에도 경영계는 중대재해법 시행령에 자신들의 책임을 덜어내는 내용을 넣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희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은 잇단 산재 사망을 "기업에 의한 연쇄살인"이라 부르며 "항만 등 위험한 일터에서 노동자들이 매년 다치고 죽어가는데 국회든 정부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제를 찾은 시민 수십명은 추모의 뜻을 담아 붉은 장미꽃을 나눠 들고 날이 어둑해질 때까지 자리를 벗어나지 않았다.

고 이선호씨는 지난달 22일 평택항 부두 화물 컨테이너 적재 작업을 하다 지지대가 무너지면서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사망했다.

현행법상 일정 규모 이상의 컨테이너 작업을 할 때는 안전관리자와 수신호 담당자 등이 있어야 하지만 평택항 현장에는 배정돼 있지 않았고, 당시 이씨는 안전 장비도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사고 조사와 진상규명이 지연되는 가운데 장례는 3주가 되도록 치러지지 않고 있다.

애끓는 故이선호씨 부친 "살려고 일하지 죽으려고 일하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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