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미국 유학 가는데 검찰이 이규원 미워해 수사" 이광철 말듣고 검찰국장에 연락
윤대진 전 검찰국장, 안양지청장에 "이규원 문제 없게 해달라" 조국 뜻 전달
조국 "이 건 관련 어떤 압박도 지시도 한 적 없어" 의혹 부인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 사건을 주도한 의혹을 받는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당시 민정비서실 선임행정관)이 당시 조국 민정수석에게 이 사건을 보고하면서 "이규원 검사가 수사받지 않도록 해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12일 기소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의 공소장에 드러나 있다.

이번 사건의 '윗선'으로 조 전 수석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처음이어서 검찰의 추후 수사에 관심이 쏠린다.

이성윤 공소장에 조국 등장…이광철 보고받고 수사외압 의혹(종합)
13일 이 지검장 공소장에 따르면 이 비서관은 2019년 6월 수원지검 안양지청이 이규원 검사가 김 전 차관에 대해 불법적으로 긴급 출금 조처를 한 비위 혐의를 확인하고 수사에 나서자 조 전 수석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그러면서 "이규원 검사가 곧 유학 갈 예정인데 검찰에서 이 검사를 미워하는 것 같다"며 "이 검사가 수사를 받지 않고 출국할 수 있도록 검찰에 얘기해달라"고 말했다.

조 전 수석은 이 내용을 그대로 윤대진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알렸고, 이후 이른바 '수사 외압'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검찰국장은 사법연수원 25기 동기이자 친분이 있던 이현철 당시 안양지청장에게 전화해 "김학의에 대한 긴급 출금은 법무부와 대검 수뇌부 및 서울동부지검장 승인 아래 이뤄진 일인데 왜 수사를 하느냐"며 "이 검사가 곧 유학을 가는 데 문제 없게 해달라"고 조 전 수석의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이광철 비서관이 조국 전 수석에게, 그리고 조 전 수석이 윤대진 전 검찰국장에게, 윤 전 국장이 이현철 전 안양지청장에게 수사외압을 가했다는 것이 검찰이 파악한 정황이다.

이 지검장의 경우 이 검사가 긴급 출금 대상이 아닌 김 전 차관에 대해 서울동부지검의 내사 번호를 임의로 부여한 사실을 알고는 한찬식 당시 서울동부지검장에게 추인을 부탁했다가 거절당하고, 출금 조처가 적법한지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지시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수사가 본격화할 경우 자신의 관여 사실이 드러날 것을 염려해 당시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의도적으로 보고를 누락하고, 안양지청 지휘부에 전화를 걸어 "김 전 차관에 대한 긴급 출금 법무부와 대검이 이미 협의한 사안"이라며 압력을 가했다.

이후 이 전 지청장은 배용원 당시 안양지청 차장검사와 담당인 A 부장검사에게 수사를 중단할 것을 지시했다.

이성윤 공소장에 조국 등장…이광철 보고받고 수사외압 의혹(종합)
이에 A 부장검사와 수사 검사들은 이 검사에 대한 추가 수사를 진행하지 못한 채 법무부 출입국심사과 공무원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법무부 B 서기관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에게 안양지청의 조사 상황을 전달했고, 불법적인 출금 조처를 한 것이 발각될 것을 우려한 차 본부장은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에게 "안양지청이 수사 의뢰된 범죄 혐의 이외의 조사를 진행하면서, 직원들의 휴대전화를 빼앗으려 하고 귀가를 못 하게 한다"고 허위사실까지 보고 했다.

박 전 장관은 곧바로 윤 전 검찰국장에게 "내가 시켜서 직원들이 한 일을 조사하면 나까지 조사하겠다는 것이냐"며 "검찰이 아직도 그런 방식으로 수사하느냐"고 강한 질책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윤 전 검찰국장은 재차 이 전 지청장에게 전화해 항의했고, 안양지청에 수사 중단 압력을 가하고 있던 이 지검장도 문홍성 당시 선임연구관(현 수원지검장)에게 경위 파악을 지시해 보고서를 전달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안양지청은 같은 해 7월 3일 대검 반부패부로부터 들은 내용에 따라 '야간에 급박한 상황에서 관련 서류의 작성 절차가 진행됐고, 동부지검장에 대한 사후보고가 된 사실이 확인돼 더 이상 진행계획 없음'이라는 문구를 기재해 수사를 종결했다.

조 전 수석은 이에 대해 SNS를 통해 "기자분들의 연락이 많이 오기에 밝힙니다.

저는 이 건과 관련해 어떤 '압박'도 '지시'도 한 적이 없습니다"라고 외압 의혹을 부인했다.

한편 수원지검은 이날 윤 전 검찰국장, 이 전 지청장, 배 전 차장검사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이첩했다.

아울러 이 비서관, 박 전 장관 등 다른 사건 관계인들에 대해서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