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적인 타살 흔적은 발견되지 않아, A씨에 유리한 정황
손씨 부친 "상처 없이도 한강에 밀어서 빠뜨릴 수도 있다"
마지막 음주 후 2~3시간 내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지난달 25일 새벽 반포 한강 둔치에서 실종된지 6일만에 주검으로 발견된 대학생 고(故) 손모 씨의 발인을 앞두고 아버지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사진=뉴스1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지난달 25일 새벽 반포 한강 둔치에서 실종된지 6일만에 주검으로 발견된 대학생 고(故) 손모 씨의 발인을 앞두고 아버지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된 후 숨진 채 발견된 의대생 손모(22)씨 사건과 관련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부검 결과 손씨의 사인은 익사로 확인됐다.

서울경찰청은 13일 손씨의 사망 원인이 익사로 추정된다는 부검 감정서를 전날 국과수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손씨의 사인은 익사로 추정되며 머리에 2개의 좌열창(찢긴 상처)은 사인으로 고려할 정도로 보긴 어렵다는 의견"이라고 말했다.

국과수는 손씨가 마지막 음주 이후 비교적 짧은 시간인 2~3시간 내에 사망했다는 의견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과수는 손씨 시신이 발견된 후 육안 감식을 진행해, 왼쪽 귀 뒷부분에 손가락 두 마디 크기의 자상 두 개가 있고 뺨 근육 일부가 파열됐다는 결과를 내놨었다.

경찰은 이 상처가 물에 빠지면서 부딪히거나 쓸려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

손씨 사인이 익사로 확인된 것은 그동안 각종 의혹에 휘말렸던 친구 A씨에게는 유리한 정황이다.

염건령 가톨릭대학교 행정대학원 탐정학과 교수는 앞서 TBS 라디오 '명랑시사 이승원입니다'에 출연해 "익사 했느냐, 안 했느냐가 범인 50% 정도 쫓는 것"이라며 "사인이 무엇인지에 따라 여러 가지 낭설에 대한 정리작업이 진행되지 않을까 한다"고 내다봤다.

염 교수는 "익사를 했다면 물과 관련된 것이고, 익사를 안 했다면 또 다른 사인을 발견해야 한다"며 "정밀부검 결과로 열 가지의 가설이 있다면 여덟 가지 정도는 근거가 없는 걸로 끝날 것이고 나머지 두 개를 놓고 일반적으로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했다.

손씨 사인이 단순 실족사로 결론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한편 경찰은 당일 오전 4시20여분쯤 강변 경사로에서 혼자 자고 있던 친구 A씨를 깨운 목격자를 조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찰청은 사건 관련 백브리핑에서 "A씨가 자신의 부모와 통화한 오전 3시30분부터 한강을 빠져나간 4시30분까지 1시간 사이 유의미한 제보를 확보해 정밀 확인 중에 있다"라고 밝혔다.

목격자는 경찰 조사에서 "오전 4시20분으로 추정되는 시각에 강가 쪽에서 가방을 메고 잠들어 있는 A씨를 깨웠다"고 진술했다.

이 목격자는 당시 현장에 A씨만 있었고, 손씨는 없었다고 했다. 목격자 진술에 의하면 손씨는 3시38분~4시20분쯤 사이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A씨는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씨 부친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과수 부검 결과에 대해 "예상했던 결과"라며 여전히 A씨를 향한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손씨 부친은 과거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상처 없이도 한강에 밀어서 빠뜨릴 수도 있는 만큼 상처가 크게 중요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며 "아들이 술이 어느 정도 깬 상태였을 텐데 왜 한강으로 갔는지, 수심도 깊지 않은데 왜 빠져나오지 못했는지 등이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고 했다.

또 손씨 부친은 지난 12일 한 목격자가 손씨와 친구 A씨로 추정되는 인물을 찍은 사진을 공개하자 "사진만 봐도 혼자만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모두가 아는 것 같은데 왜 그들은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단순 실족사이길 원하는 걸까"라고 했다.

사진에서 손씨로 추정되는 남성은 만취한 듯 땅바닥에 누워있고, 친구 A씨로 추정되는 인물은 야구점퍼를 입고 가방을 멘 채 앉아 있다.

손씨 부친은 "처음에 친구 쪽이 우리한테 이야기를 했을 땐 오전 2시부터 4시30분까지 애(손씨)가 술을 먹고 잠이 든 상황이었고, 정신이 없었다고 했다"며 "그런데 사진을 보면 친구가 멀쩡하게 쓰러진 정민이의 옆에서 뭔가를 보고 짐을 챙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씨 부친은 "친구 A씨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목격자는 'A씨가 주머니를 뒤지기에 도둑인 줄 알고 혹시나 하는 생각에 사진을 촬영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목격자가 찍은 사진. 연합뉴스TV 보도화면 갈무리.

목격자가 찍은 사진. 연합뉴스TV 보도화면 갈무리.

서울의 한 의대 본과 1학년 재학생인 손씨는 지난달 24일 오후 11시쯤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친구 A씨와 함께 반포한강공원에서 술을 마신 뒤 잠들었다가 실종됐다.

A씨는 다음날 오전 4시30분쯤 잠에서 깨 홀로 귀가했다. 그는 손씨가 집으로 먼저 간 것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손씨와 친구 A씨는 당시 상당량의 술을 마셔 몸도 못 가눌 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손씨와 친구 A씨가 당시 구입한 술은 막걸리 3병과 청주 2병, 640㎖짜리 소주 2병과 360㎖짜리 소주 2병 등 상당량이다.

두 사람은 구입한 술 대부분을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CCTV 영상을 보면 A씨가 귀가할 때는 물론이고 부모와 함께 한강공원을 다시 찾았을 때도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A씨는 손씨가 실종되던 날 오전 3시30분께 휴대전화로 자신의 부모와 통화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는데, 이후 손씨의 휴대전화를 들고 귀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 휴대전화는 손씨가 실종된 현장 주변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A씨 측은 당시 신었던 신발도 버렸다고 주장해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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