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희 의원 발언 도마에…도교육청 관계자 "갑질…이제는 바뀌어야"

[기자수첩] "부임 이후 전화인사 안 했다" 공무원에게 호통친 경남도의원
경남도의회 한 의원이 부임한 지 10일도 안 된 고위공무원에게 전화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상임위원회에서 공개 면박을 주는 등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병희(62) 도의원은 12일 오전 열린 제385회 도의회 임시회 제1차 교육위원회에서 의안 심사에 앞서 의원들에게 부임 인사를 마친 임준희 도교육청 부교육감을 상대로 포문을 열었다.

이 의원은 회의실에 모인 언론사 카메라를 향해 "촬영하지 말아달라"고 한 뒤 "부교육감님, 저 압니까, 저 아세요.

오늘 처음 대화하죠"라며 다짜고짜 "저 왕따시킨 거는 아니죠"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다른 위원한테는 전화를 다 드렸다던데 저는 받고 싶었는데 한 번도 못 받았다"며 질문의 이유를 설명했다.

임 부교육감이 "전화를 다른 분께도 안 드렸고 의장과 (교육)위원장님 두 분께 전화를 드렸다"고 해명하자 이 의원은 "다른 사람한테는 안 했네. 의회를 완전히 무시했네. 상임위원회를"이라며 "아무리 바빠도 하루 한 통이면 위원들과 다 소통한다.

그렇게까지 얼굴 비치는 게 힘들면 어떻게 소통하겠는가"라고 호통을 쳤다.

이 의원은 "답변드려도 되겠느냐"는 임 부교육감 말에 "답변받으려고 하는 얘기는 아니다"라고 말을 자르기도 했다.

임 부교육감은 재차 "월요일(3일)부터 근무했는데 부임하자마자 업무를 파악하느라 바빴고, 위원님께 인사드려야겠다 싶어서 찾아뵙고 인사드리려고 했는데 안 계셨다"며 답변에 나섰다.

이를 지켜보던 송순호 교육위원장이 "지금 이 자리에서는 적절하지 않다.

별도 기회가 있으면 말씀드리기로 하고, 의회와 집행부 간 소통이 잘 될 수 있도록 활동해주면 좋겠다는 당부 말씀을 드린다"고 나선 뒤에야 상황은 정리됐다.

임 부교육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학교 현장에 일대 비상이 걸린 와중인 지난 3일 부임했다.

부임 이후 주말을 빼면 전날인 11일까지 딱 일주일만큼의 시간이 있었지만, 이는 코로나19를 포함한 산적한 교육 현안을 파악하고 대응하기에도 충분하지는 않다.

게다가 동거 가족이 코로나19 확진자의 밀접접촉자로 확인돼 도교육청 미래교육국장이 지난 7일부터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임 부교육감이 무작정 청사를 비운 채 광폭 행보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화 인사를 하지 않았다며 공개석상에서 호통을 친 이 의원의 자세는 집행부에 대한 시대착오적 갑질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교육청 일부 관계자들은 이 의원의 이런 갑질이 처음이 아니라고 성토했다.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출신으로 현재는 무소속인 이 의원은 4선으로 여러 차례 교육위원을 지낸 바 있다.

한 관계자는 "오늘 이 의원의 발언은 (기선잡기) 신고식이자 갑질이라고 생각한다"며 "전에도 그랬지만 (집행부 공무원들에 대해) 권위적이고 하대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