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층 노리는 '수상한 알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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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몇 달 전부터 휴대폰 공기계를 여러개 가지고 오시더니 맨날 트로트 가수 영상을 틀어 놓으시더라고요. 이걸 보면 하루에 몇 만원씩 돈을 번다고 하시는데 이상해서요. 이거 사기일까요?"

교육 콘텐츠를 감상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서울의 한 사이버 평생교육원 A업체가 다단계 사기를 벌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달부터 일부 회원들 사이에서 사기 의혹이 제기됐고, 12일 이 업체의 웹사이트가 정비를 이유로 휴면에 들어가면서 의심이 증폭되고 있다.

약 2년 전 설립된 A업체는 외형상 교육 사이트를 표방하고 있다. 평가단 제도를 통해 양질의 교육 콘텐츠를 널리 알려 콘텐츠 제작자에게는 수익이 될 수 있도록 하고, 평가단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취지다. 주로 기존 회원들이 카카오톡 오픈대화방 등을 통해 새로운 회원을 모집한다. 신규 평가단은 회원비 300만~400만원을 입금하고 콘텐츠를 매일 일정 시간 이상 시청하면 하루에 3만~4만원씩 돈을 돌려받는 방식이다.
영상보면 돈 된다? "사업구조상 수익창출 불가능"
한 카카오톡 오픈대화방에서 A업체 회원들에게 관련 공지를 하고 있다. 독자제공

한 카카오톡 오픈대화방에서 A업체 회원들에게 관련 공지를 하고 있다. 독자제공

하지만 일부 회원들은 A업체가 '다단계 사기'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업체는 3개월이면 선입금한 돈을 되돌려받을 수 있고 이후부터는 수익이 나면서 매일 3만원씩 돈을 벌 수 있다고 했지만 사업구조상 수익을 낼 요인이 없다는 게 이들의 이야기다.

콘텐츠들은 대부분 유튜브 등 이미 인터넷에 있는 영상을 링크로 걸어놓은 것들로 자체 제작 콘텐츠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안모씨(50)는 "지인이 투자가 아니라 문화예술교육 관련 사업이라고 권유해 가입을 시도했는데 프로그램을 보니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다"며 "다른 사람들을 가입시키면 추가 보너스를 주면서 신규회원들이 입급한 돈으로 기존 회원들에게 돈을 지급하는 소위 '폰지사기'로 보인다"고 했다.

‘평생교육원’이라는 명칭을 달고 있지만 정부에 정식으로 등록돼 있지 않은 것도 의혹으로 제기됐다. 김모씨(43)는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 업체 검색을 해봐도 A업체가 나오지 않길래 온라인에 (A업체가) 수상하다는 내용을 카페 등에 올렸다"며 "며칠 뒤 해당 업체로부터 메일이 와 글을 내리지 않으면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연락이 왔다"고 했다.

사기피해자들이 모인 네이버 카페 '백두산'에서는 A업체 관련 피해자들이 잇따르고 있다. 카페에는 "어제 환불을 요구했는데 오늘 사이트를 닫았다", "가족들이 추천해줬는데 고소하면 가족들도 처벌을 받게되나", "출금한 금액을 다시 입금하면 돈을 돌려준다고 했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피해 입기 전에 방지 어려운 '폰지사기'
일부 피해자들은 경찰서에 고소를 준비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일부 회원들이 12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A업체를 수사해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피해 규모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지만 주로 가족과 지인을 통해 유입된 주부, 노인, 학생 등 경제 취약층이 다계정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아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회원수는 수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인이 A업체 회원이었다는 김모씨(45)는 "A업체가 수상하다는 생각에 국민신문고를 통해 경찰에 연락해봤지만 피해자가 직접 고소하지 않는 이상 수사는 어렵다고 했다"며 "금융감독원도 금융회사가 아니라 권한이 없다고 했고 구청 등 지방자치단체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다단계 사기가 다양한 방식으로 횡행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마땅한 예방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사기범죄 발생 건수는 2017년 23만169건에서 △2018년 26만7419건 △2019년 30만2038건 △2020년 34만5005건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서준배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초기 회원들은 사기를 눈치채면 자금 회수를 하고 사라지지만 중간 시기 회원들은 폰지사기라는 걸 알아도 자기가 이미 낸 돈을 돌려받지 못할까봐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언론에 제보하기 어렵다"며 "그 상태로 피해자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돌려막기가 불가능해질 때까지 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선입금을 요구하거나 지인들을 끌어들이면 추가 혜택을 준다고 할 경우 의심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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