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경찰도 코로나 백신 불안감 확산…"지휘부 접종 강요" 반발
김해중부경찰서 직장협의회장 김기범 경사는 지난달 30일 인권위 홈페이지를 통해 '김창룡 경찰청장과 이문수 경남경찰청장이 직원들의 인권을 침해했다'는 취지의 진정을 냈다.
김 경사는 경찰 지휘부가 백신 접종 여부를 자율에 맡기겠다던 당초 약속을 지키지 않고 직원들을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등 직원들 인권을 존중하지 않아 진정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내부망에도 김 경사를 지지하며 지휘부를 비판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김 경사가 내부망인 폴넷을 통해 올린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넣었습니다'에는 지지하는 내용 댓글 200여개가 달렸다.
동료 경찰들은 '직원들이 무서워하는 건 미접종 시 불이익, 조직 분위기 이런 사소한 것이 아닙니다.
내가 잘못됐을 때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이 무서운 겁니다', '백신 접종하고 사고가 나니 경찰청장도 시·도청장도 아무 말 없네요.
맞으라고 그리 기세 좋던 사람이 이제는 왜 잠잠할까? 참 비겁하고 나쁜 청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등 댓글을 달았다.
다른 경찰은 '문서로는 강요·강제 아니라고 해놓고 뒤에서는 부서별 접종률 따지는데 자율이라 쓰고 강제, 강요로 실천해야 하는 현실이다'고 조직 문화를 꼬집기도 했다.
김 경사처럼 AZ 백신 접종 후 근육통 등 고통을 호소하는 글도 눈에 띄었다.
김 경사는 "온라인뿐 아니라 실제 친한 직원들도 전화해서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며 "경찰 상급자들은 동료 눈높이에서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부분에서 아파하는지 살펴봐 줬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내부망에는 응원한다는 글 수십개와 함께 백신 부작용으로 고통받는 동료 경찰의 쾌유를 빈다는 내용도 함께 올라왔다.
'시대가 변하는데 그분들은 잘 모른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000도 정신상태 가진 사람들은 빨리 퇴직이 답입니다' 등과 같은 날 선 반응도 있었다.
경남경찰은 상황을 지켜보다 인권위 판단이 내려지면 그에 따라 후속 조처를 할 방침이다.
반면 별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백신 접종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상존하고 있다.
한 간부급 경찰은 "외근직은 수시로 사람들과 접촉하기 때문에 백신 접종을 하지 않으면 업무수행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며 "경찰 개인도 개인이지만 백신 접종을 통해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30대 초반 젊은 경찰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큰 상황인데 지휘부가 너무 강압적으로 밀어붙이는 모양새가 된 것은 좋지 않다고 본다"며 "대화와 설득을 통해 백신 접종을 유도했으면 더 좋았을 뻔했다"고 덧붙였다.
10년 차 미만 한 경찰은 "직업 특성상 다양한 사람을 접하다 보니 강요가 아닌 권유로 인식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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