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감소→청년 이탈→지자체 성장 둔화 '악순환'

'간판' 조선·철강 장기간 구조조정, 기존 인력마저 줄여
지방 첨단기업은 임금 낮아…"기회 많은 서울로 가자"
"현금지원은 미봉책, 포항처럼 기업유치에 사활 걸어야"
지방 광역자치단체의 2030 청년층이 수도권으로 대거 유출되고 있다. 청년의 눈높이를 충족하는 일자리가 부족한 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경북 경산 영남대 일자리센터에서 한 학생이 취업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지방 광역자치단체의 2030 청년층이 수도권으로 대거 유출되고 있다. 청년의 눈높이를 충족하는 일자리가 부족한 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경북 경산 영남대 일자리센터에서 한 학생이 취업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2030 청년층이 비수도권 광역 지방자치단체에서 빠르게 유출되는 가장 큰 요인은 이들의 ‘입맛’에 맞는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자동차·조선·철강 등 한국 ‘간판’ 제조업의 장기 불황으로 지역의 대기업 일자리는 급격히 감소했다. 젊은 층이 선호하는 첨단산업 분야 기업의 처우는 이들의 눈높이를 충족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로보틱스 등 첨단산업 분야 양질의 일자리가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2030 청년층을 수도권에 속절없이 빼앗기고 있는 것이다. ‘일자리 감소→청년 인력 유출→성장 둔화’라는 악순환이 고착화하는 양상이다.
제조업 불황에 고향 등진 2030…"대기업 채용 없고, 벤처 눈에 안차"

청년 유출로 복합타격
한국을 대표하는 산업도시 울산은 2010년대 중반부터 이어진 이른바 ‘중후장대 업종’의 불황으로 일자리 상황이 전반적으로 악화돼 있다. 특히 조선업은 선박 부품업과 조선업체 구조조정이 이어지면서 지난달에만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1만1600명 줄어든 실정이다. 12개월 연속 감소세다.

제조업 기반이 취약한 부산도 사정은 비슷하다. 부산연구원 경제동향분석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의 20~49세 청장년층 취업자 수는 5만8000명 줄어 감소폭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두 번째로 컸다.

대기업들이 기존 인력도 줄이는 판이라 대규모 신규 채용은 기대하기 어렵다. 대기업들은 신입사원 공개채용을 수시채용으로 전환해 필요할 때만 찔끔찔끔 뽑고 있다.

아직 규모가 크지 않은 첨단산업 분야 벤처·중소기업이 이들을 대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8개 광역시·도 청년을 대상으로 한 대구경북연구원의 지난해 10월 조사 결과(566명 대상)에 따르면 2030 청년들은 △기업들의 급여 수준이 낮고(26.8%) △입맛과 눈높이를 충족하는 다양한 일자리가 부족하며(25.7%) △대기업이 없다는 점(22.8%)을 취업 애로사항으로 꼽고 있다. 에너지 저감 기업 엔엑스테크놀로지의 남주현 대표는 “울산의 4년제 대학이라고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울산대뿐인데, 이들 인력마저 취업을 위해 수도권으로 떠나고 있다”며 “서울 인력을 지방으로 유치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 어쩔 수 없이 서울을 오가며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쩌다 나오는 공공기관 등 안정적 일자리에는 젊은이들이 구름처럼 몰려들고 있다. 부산시가 올해 처음으로 공공기관 직원 통합 필기시험 응시원서를 접수한 결과 지난 4월 27일부터 5월 3일까지 7개 기관, 257명 모집에 1만6345명이 지원했다.
미봉책에 매달리는 지방도시
지방 광역자치단체들은 떠나는 청년을 잡기 위한 ‘당근’ 마련에 고심하지만, 대부분 일회성 현금지원 방식이어서 중·장기 효과엔 의문이 제기된다. 재정 부담으로 지속 가능할지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대구시는 고향을 떠난 청년을 경력직으로 채용하는 지역 기업에 임금과 정착금을 지원하는 사업을 올해 처음 시작했다. 출향(出鄕) 청년이나 외지 청년을 신규 채용해 월 200만원 이상 지급하는 기업에는 1인당 매달 160만원을 최장 2년간 지원하는 방식이다. 광주시도 미취업 청년을 고용하는 사업장에 5개월간 인건비를 지원한다. 근로청년이 매달 10만원씩 10개월간 저축하면 광주시가 100만원을 지원한다.
일자리 창출이 최선
5대 지방 광역시는 이런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연평균 1000억원 이상을 쏟아붓고 있다. 그렇지만 수년째 이어지는 청년 인력 유출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결국 양질의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것만이 해결책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업황 반등에 더해 강도 높은 기업 유치를 병행한 포항시가 그나마 희망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포항은 지역 명문대인 포스텍 등과 협력해 최근 수년간 바이오 에너지 등 신산업 분야 기업 유치에 공을 들였다. 이에 따라 2015년 51만9584명을 정점으로 계속 줄어들던 인구가 지난 1월 50만2736명으로 저점을 찍은 뒤 반등에 성공해 2, 3월 연속 증가했다.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함께 수도권에 버금가는 지방경제생활권 조성 등 장기적인 대안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울산=하인식/인천=강준완/대전=임호범 기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