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사법부 우롱말라" 재판 불출석에 5·18 관계자 격분
"항소해놓고 법원에 출석도 하지 않는다는 건 사법부를 우롱하는 것입니다.

"
10일 오후 전두환 전 대통령의 항소심 첫 재판이 예정된 광주 동구 광주지법 앞에서 만난 5·18 단체 관계자들은 전씨의 재판 불출석에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전씨 측이 "항소심에서 피고인 출석은 의무가 아니다"며 재판부의 허가 없이 불출석을 예고하면서다.

실제 이날 재판은 전씨의 출석 없이 변호인만 참석해 결국 개정하지 못했다.

5·18 민주화운동을 하다 붙잡혀 전두환 정권으로부터 사형 선고를 받았던 정동년 5·18 기념재단 이사장은 즉각 구속 재판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역사의 죄인이 끝까지 자기의 죄를 뉘우치거나 반성하지 않고 재판을 우롱하며 저항하고 있는 현실을 보며 가슴이 아프다"며 "구속 상태에서 재판받도록 하는 것이 이 나라의 정의가 바로 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을 무시하고 마음대로 행동하는 자에게는 법이 준엄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두환, 사법부 우롱말라" 재판 불출석에 5·18 관계자 격분
평소 차분한 모습일 보이던 조영대 신부도 다소 격양된 모습을 보였다.

조 신부는 계엄군의 헬기 사격 사실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의 조카로, 이 사건의 고소인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의 죄를 뉘우칠 줄 모르고 항소해놓고 재판석에도 서지 않으려는 모습은 이 재판과 광주를 우롱하는 자세"라며 "본인이 떳떳하면 재판석에서 서서 진위를 가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행위는 재판을 거부하고 연기하려는 꼼수"라며 "하늘 두려운 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이 세상 심판은 피해갈 수 있으나 하느님의 심판은 면치 못할 것"이라며 "지옥문이 열려있다.

죽기 전에 회개하라"고 힘주어 말했다.

아울러 "그들이 재판을 지연시키는 작전을 쓰더라도 우리는 굴하지 않고 끝까지 진상 규명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2차례 재판에 출석하지 않으면 피고인 진술 없이 판결할 수 있다는 형사소송법 조항을 설명하며 재판을 2주 후인 이달 24일로 연기했다.

이에 대해 전씨 측 법률대리인인 정주교 변호사는 다음 기일 역시 전씨가 불출석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전씨는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해 "신부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전두환, 사법부 우롱말라" 재판 불출석에 5·18 관계자 격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