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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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업계가 각종 악재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변호사 업계에도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가운데 변호사 시험(변시) 합격자수, 성장하는 로톡, 직역수호 등 여러 부문에서 갈등을 겪고 있기 때문이죠. 이렇게 다양한 악재가 동시에 겹친 건 변호사 업계에서도 이례적인 상황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마치 퍼펙트스톰과 같은 상황입니다. 퍼펙트스톰이란 태풍들이 겹쳐 엄청난 파괴력을 내는 현상을 말합니다. 여러 가지 안 좋은 일이 겹쳐 더할 수 없이 나쁜 상황을 일컬을 때 쓰는 표현이죠. 어떤 일들이기에 변호사 업계 안팎에서 내홍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을까요. 하나씩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변시 합격자수를 둘러싼 갈등이 있습니다. 법무부는 최근 올해 변시 합격자 1706명을 발표했는데요. 이를 두고 변호사를 대표하는 단체인 대변호사협회 등에서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변호사 합격자 수를 줄여야 한다는 게 변협의 주장입니다. 국내 법조시장 규모가 6조원으로 정체된 상황에서 변호사 수가 급증하면 그만큼 수입이 감소하기 때문입니다. 국내 변호사 수는 2019년 3만명을 넘어섰습니다. 2006년 1만명을 넘어선 뒤 13년 만이고, 2만명(2014년)을 넘어선 지 5년 만입니다. 늘어나는 만큼 변호사 1인당 일감은 하락했습니다. 서울변호사회에 따르면 변호사 1인당 월평균 사건 수임건수는 2016년 1.69건에서 2019년 1.26건으로 줄었습니다. 변협은 “변시 합격자를 1200명 이하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법무부는 이와 온도차를 보입니다. 변호사 수를 늘리려는 로스쿨의 도입 취지에 맞게 합격자를 배출해야 한다는 입장이죠. 변협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기도 했습니다. 올해 합격자 수를 작년(1768명)보다 60명 정도 줄인 것이죠. 전년 대비 합격자 수 감소는 변호사 시험을 시작한 2012년(1451년) 이래 처음입니다. 그럼에도 변협이 요구하는 수치와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변협도 이를 가만히 보고 있지만은 않았습니다. 변시 합격자를 상대로 한 연수 대상자를 200명으로 줄이겠다고 선언한 것이죠. 연수를 받지 않으면 변호사 개업을 할 수 없습니다. 변호사법에 따르면 변시 합격자들은 국회나 법원, 검찰청, 지방자치단체, 법무법인 등에서 6개월 이상 실무 교육을 받아야 변호사 등록을 할 수 있습니다. 로스쿨 졸업생 중 절반 가량이 졸업 직전까지 연수 자리를 찾지 못하자 변협이 매년 300~400명을 대상으로 연수를 진행해왔습니다. 이걸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것이죠. 법무부는 이를 ‘변호사법 위반’이라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변호사 수 감소를 주장하는 변협을 노려보는 이들도 있습니다. 바로 로스쿨 재학생들이죠. 이들은 3년간 공부한 뒤 변시에 합격해 변호사 활동에 나서야 합니다. 그런데 변시 합격자 수를 줄이면 그만큼 ‘좁은문’을 통과해야 하죠. 변시 합격자 수 감소를 ‘사다리 걷어차기’라고 비판하는 이유입니다.

로톡과의 갈등도 점점 격화되는 양상입니다. 로톡은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변호사를 홍보, 광고하는 플랫폼입니다. 변호사들로부터 월정액을 받고 인터넷에 광고를 실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죠. 현재 4000여명의 변호사가 이 서비스에 가입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입자수는 4000여명이지만 실제로 활동하는 변호사는 이보다 적다는 얘기도 돕니다.
어쨌든 로톡이 법조시장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건 사실입니다. 이에 대한 견제와 시기, 질투를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요.

변협이 대응에 나섰습니다. 이달 초 ‘변호사 업무 광고 규정’ 개정안을 공표한 것이죠. “변호사는 자신의 이름으로 광고를 해야 하며 경제적 대가를 받고 변호사와 소비자를 연결해주거나 변호사를 홍보해주는 이들에게 광고를 의뢰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내용입니다. 이를 어기는 변호사에 대해선 징계한다는 방침도 세웠습니다. 개정안은 오는 8월4일부터 시행됩니다. 구체적인 징계 조치 내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징계를 해서라고 변호사들의 로톡 가입을 막으려하는 이유는 로톡이 거대 공룡으로 성장할 경우 이 플랫폼도 하나의 권력기관화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일본에는 로톡과 유사한 서비스를 하는 ‘벤고시닷컴’이라는 업체가 급성장했습니다. 일본 전체 변호사의 절반가량이 벤고시닷컴 회원입니다. 변협 입장에선 로톡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죠.
로톡도 할 말이 있습니다. 변협의 규제가 국민 편익과 법률서비스 접근성을 제한하고 알권리를 침해한다는 것이죠.

‘직역수호’를 둘러싼 갈등은 변호사 업계의 오랜 과제입니다. 변호사와 변리사‧세무사‧법무사 등과의 문제인데요. 이들 전문 자격사와 변호사는 맡을 수 있는 직역(직무)의 범위를 두고 반목해왔습니다. 작년에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때문에 변호사 업계까지 어려워지면서 직역수호 논란은 더 커졌습니다.

변호사들은 일정시간 연수를 받으면 별도의 시험 절차 없이 변리사, 공인중개사 등의 자격증을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2018년 1월 이전에 변호사 시험을 통과했다면 같은 방법으로 세무사 자격증을 따낼 수 있죠.

이에 대해 각 분야 전문 자격사 단체들이 앞다퉈 ‘변호사 출입금지’를 외치고 나섰습니다. “각 분야별로 고도의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며 “변호사들이 모든 전문분야 업무를 수행하겠다는 것은 변호사들의 밥그릇만 챙기려는 비상식적 행태”라고 맞서고 있죠.

변시 합격자수·로톡·직역수호까지.. 변호사 업계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악재가 한꺼번에 몰린 것 같습니다. 가히 퍼펙트스톰이라 부를 만하죠. 그런데 이런 갈등 상황들은 일반인들에겐 잘 다가오지 않습니다. 사람마다 다르긴 하지만 변호사를 선임해 만날 일이 흔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죠. 직역수호 역시 일반인들의 피부로 느낄 만 한 주제도 아닙니다. 또 변호사 수 증가와 로톡과 같은 플랫폼의 등장은 소비자 측면에서 나쁠 것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갈등이 곪고 곪아 결국 터지게 된다면 어떤 형태로든 소비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변호사 업계와 업계 안팎에서 갈등을 겪고 있는 이해당사자들이 모쪼록 슬기로운 해결책을 찾길 바랍니다. 해결책의 최정점에 당리당략이 아닌 ‘국민(소비자)’를 상정한 뒤 대화를 나눈다면 보다 바람직한 결론에 다다를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최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