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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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 복귀길에서 업무차량을 운행하다 중앙선을 침범해 사망한 노동자에게도 업무상 재해가 인정돼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김국현 수석부장판사)는 사망한 노동자 A씨의 아내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와 장례비용을 지급하지 않기로 한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경기 평택시 소재 대기업 협력사 직원이던 A씨는 2019년 말 협력사 교육에 참석한 뒤 업무용 차량으로 근무지로 복귀하던 중 중앙선을 넘어 마주 오던 6.5t 화물차와 충돌해 사망했다.

수사기관은 A씨가 졸음운전을 해 사고를 낸 것으로 봤다. A씨의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장의비와 유족급여를 신청했지만 반려됐다. A씨가 운전 중 중앙선을 침범한 것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범죄행위'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르면 근로자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돼 발생한 부상, 사망 등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지 않는다. A씨 유족 측은 공단의 반려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법원은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다. A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A씨 과실로 사고가 발생했다고 해도 업무수행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 점을 고려하면 고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앙선 침범이 특례법상 배제 사유에 해당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해도 입법 목적과 규율 취지가 다른 산재보험법상 범죄행위에 포함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또 수사기관에서 사고 원인으로 추정한 졸음운전이 설령 사고 원인이더라도 업무와 관련 없는 사고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현장의 폐쇄회로(CC)TV 영상, 차량 블랙박스 영상 등이 없고 중앙선 침범 이유도 확인되지 않았다"며 "고인은 음주를 하지 않았고 1992년 운전면허를 취득한 후 교통법규 위반이나 교통사고 경력도 없다"고 부연했다.

안효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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