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에 저항하는 시민들 총탄 진압…'같은 아픔' 광주시민들, 연대와 지지 보내
[미얀마의 5·18] ① 민주화 요구에 발포 명령…41년만에 재현된 악몽

[※ 편집자 주 = 지금 미얀마에서는 41년 전 광주에서 벌어졌던 참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군부가 쿠데타에 항의하며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을 유혈 진압해 800여명이 사망했습니다.

연합뉴스는 5·18 41주년을 앞두고 미얀마와 광주의 민주화운동을 재조명하고 연대와 지지를 소개하는 기획물 3편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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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의 5·18] ① 민주화 요구에 발포 명령…41년만에 재현된 악몽

7세 어린이가 총에 맞았다.

집안까지 쳐들어온 군인들이 무서워 아빠 무릎 위에 앉아있다가 총격에 목숨을 잃었다.

거리에서도 시민들이 군부의 총에 쓰러졌으며 '쿠데타', '군사정부'와 같은 용어가 기사에 실리지 못하도록 명령이 내려지고 언론인 수십명이 체포됐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그리고 지금 미얀마에서 일어나고 있는 비극이다.

[미얀마의 5·18] ① 민주화 요구에 발포 명령…41년만에 재현된 악몽

◇ 민주화 회복을 외치는 시민들의 '피의 봄'
미얀마 시민들의 반군부 시위와 5·18은 부당하게 권력을 잡은 군부에 저항해 자유와 민주주의 회복을 요구하는 시민 주도 저항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평화 시위로 시작돼 어른·아이 가릴 것 없이 많은 시민이 군부의 무차별 폭력에 희생당한 점, 시민들이 이에 저항하며 무장투쟁도 불사한 점 등도 유사하다.

그러나 미얀마의 시위는 최대 상업도시 양곤을 시작으로 즉각 전국으로 퍼져나가 3개월 넘게 진행 중이지만 5·18은 군의 통제 속에 광주와 주변 도시에서 약 열흘간 진행됐다.

한국의 신군부는 당시 5·18을 불순분자들의 폭동이라고 왜곡하며 외부 연락과 언론 보도를 차단했고, 대규모 진압이 끝난 후 수십 년간 광주 시민들과 전국의 대학생, 시민단체, 정치권이 진상 규명을 해왔다.

미얀마 군부도 인터넷 차단, 언론 통제를 시도했으나 21세기에 군부의 완벽한 은폐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 2월 1일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등 정부 인사들을 구금하고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부정이 발생했음에도 정부가 해결하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시민들은 2월 2일 밤 양곤에서 차량 경적과 냄비 두들기는 소리를 내는 '딴뽕띠' 시위를 한 것을 시작으로 매일 군부의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월급을 안 받아도 좋으니 군사정권 하에서는 일하지 않겠다는 시민불복종운동(CDM)이 의료계, 은행권, 교육계, 철도, 항만 업계로 이어졌다.

물대포, 고무탄으로 진압하던 군부는 불과 며칠 지나지 않아 총탄을 발포하기 시작했고 3개월 동안 800여명의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

[미얀마의 5·18] ① 민주화 요구에 발포 명령…41년만에 재현된 악몽

한국에서는 오랜 유신정권에 이어 1979년 12·12사태로 또다시 군사 세력이 정권을 잡은 것에 반발하는 대학생들의 시위가 계속됐다.

신군부는 1980년 5월 17일 비상계엄령을 발령했고 계엄군은 대학교정에서 항의하는 학생들을 폭행했다.

신군부는 시위 규모가 컸던 광주에 무장 군인과 탱크를 보냈고 5월 20일 최초로 시민과 학생들에게 직접 발포했다.

시민들은 조직을 꾸려 저항했지만 결국 5월 18일∼5월 27일 열흘 동안 최소 165명이 사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고 수많은 부상자와 부당 체포자, 행방불명자가 발생했다.

[미얀마의 5·18] ① 민주화 요구에 발포 명령…41년만에 재현된 악몽

◇ "미얀마 폭력 중단" 국제사회·광주시민들 연대와 지지
미얀마인들은 시위 초창기부터 SNS를 중심으로 자국의 상황을 알리며 국제사회의 관심을 호소했다.

초 모 툰 주 유엔 대사는 지난 2월 26일 유엔 총회에서 쿠데타를 비판하고 영화 헝거 게임에서 저항의 상징으로 나왔던 세 손가락 경례를 했다.

이후 세 손가락 경례는 미얀마 시민들을 지지하는 상징이 됐다.

지난 3월 27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국제미인대회에 미스 미얀마로 출전한 한 레이 역시 군부의 유혈 진압 영상을 소개하며 도움을 호소했다.

지난 4월 24일 열린 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회원국들은 미얀마의 즉각적인 폭력 중단 및 인도적 지원 등을 담은 5개 조항에 합의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지난달 30일 성명을 내고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합의 실천을 촉구했다.

그러나 군경의 총격과 유혈사태가 계속되고 있어 미얀마인들은 더 적극적인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미얀마의 5·18] ① 민주화 요구에 발포 명령…41년만에 재현된 악몽

한국에서도 미얀마 시민들의 항쟁을 지지하고 연대하는 활동이 계속되고 있다.

참여연대 등 국내 71개 시민사회단체는 쿠데타 다음날 바로 국문·영문 성명을 내고 각국 정부에 미얀마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촉구했다.

전국 사회단체들은 SNS로 미얀마의 상황을 알리고 성금 모금 등을 하고 있으며 각 지방자치단체도 미얀마 민주화 회복을 지지하며 미얀마 유학생 돕기 운동 등을 하고 있다.

비슷한 아픔을 겪은 광주시민들도 적극적으로 발 벗고 나섰다.

5·18기념재단 등 광주 시민사회·종교단체들은 연대기구를 만들어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미얀마 시위를 지지하기로 했다.

미얀마 민주화운동 지지 모금 운동을 펼치고 마스크 같은 생필품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들 단체는 ""41년 전 고립됐던 광주 시민들은 미얀마인들의 상황에 누구보다 가슴 아파하고 있고 비극이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며 "국제사회를 향해 지속해서 성명을 발표하고 한국에서 투쟁하는 미얀마인들도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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