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에 의료계 우려…실효성에도 의문
"약국 등에서 자가검사키트 구매자 정보 확인 필요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가 본격적으로 유통·판매되기 시작했지만, 의료계에서는 낮은 정확도로 도리어 방역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를 연일 쏟아내고 있다.

정확도뿐만 아니라 유증상자는 선별진료소에서 무료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은 뒤 반나절이면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데 왜 굳이 자가검사키트를 사용하느냐며 실효성 또한 크지 않다고 지적한다.

9일 의료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를 판매하는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제품의 사용목적에 "호흡기 감염 증상이 있거나 감염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반드시 PCR 검사를 최우선으로 실시해야 한다"며 "동 검사는 PCR 검사를 대체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PCR 검사도 무료인데 왜 자가검사하느냐…무증상자엔 소용없어"

이와 함께 주의사항에는 "이 결과만으로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진단할 수 없으며, 코로나19 음성을 확인하는 목적으로도 사용할 수 없다"고 적었다.

의료계에서는 개발업체가 나서서 이런 주의사항을 알리는데도 불구하고 자가검사키트가 무분별하게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더욱이 검사의 정확도를 가늠하는 민감도와 특이도는 임상시험 대상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민감도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를 '양성'으로 진단하는 정도, 특이도는 정상인을 '음성'으로 진단하는 정도를 말한다.

국내에서 허가된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는 호흡기 증상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한 결과를 근거로 민감도와 특이도를 도출한 제품이다.

실제 사용설명서에도 "무증상자에 대한 평가는 수행되지 않았다"고 적혀 있다.

이 때문에 무증상자가 아닌 증상이 있는 감염 초기 코로나19 환자에게서만 설명서에 적시된 효능을 낼 수 있다.

이혁민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무증상자에 효능을 평가하지 않았으므로 감염 초기 바이러스 배출량이 많은 유증상자에게만 써야 하는 한계가 있다"며 "제일 정확하지 않은 검사가 제일 막을 수 없는 방식으로 풀린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무증상 감염자가 자가검사를 한 후 '가짜 음성'(위음성) 결과만을 믿고 지역사회에서 활동을 지속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이렇게 되면 지역사회에 코로나19 유행을 확산하는 '숨은 감염자'를 찾아낼 수 없게 돼 방역에 차질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까닭에 이 교수는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를 구매한 사람에 대한 추적관찰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자가검사키트를 구매하려는 사람이라면 스스로 생각했을 때 감염 가능성이 있는 데다 증상까지 있는 경우가 아니겠느냐"며 "구매한 사람을 방역당국에서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일각에서 '안 쓰는 것보다는 낫지 않느냐'고 지적하지만 그러려면 자가검사키트를 사용했을 때 얻는 피해와 경제적 부담이 없어야 한다"며 "위음성과 위양성 등으로 혼란을 초래하고 경제적 부담도 초래하므로 아예 안 쓰는 것보다 낫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 대규모 PCR 검사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개인이 자가검사키트를 구매해서 쓸 이유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자가검사키트에서 '양성'이 나왔더라도 PCR 검사를 강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은 "자가검사에서 양성이 나온 경우에 PCR 검사를 받으러 100% 간다는 보장이 없다"면서 "우리나라는 선별진료소에서 검사가 가능하고 거기다가 가격도 무료인데 굳이 이런 검사를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PCR 검사도 무료인데 왜 자가검사하느냐…무증상자엔 소용없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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