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놀이터 잇따라 폐쇄…"아이들 쉴 공간 마련해야"
종로구, '문화재 복원' 허울 속 사라지는 어린이 놀이터

어린이날인 지난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직공원 놀이터에서 어린이 8명이 미끄럼틀 등을 타며 뛰어놀고 있었다.

한쪽에서 아이를 바라보던 주민 김모(36)씨는 "워낙 놀이터가 없는 곳"이라며 이곳을 동네의 '메카'라고 불렀다.

하지만 이 놀이터마저 오는 6월 30일 운영을 중단한다.

문화재청의 사직단 복원·정비사업에 놀이터 자리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8일 종로구에 따르면 이 놀이터 공간은 수년 전 문화재청이 복원 지역으로 지정한 곳이다.

구 관계자는 "사직동 인근은 전부 사유지이거나 문화재청 소유라 그 일대에서는 놀이터가 문을 닫아도 전혀 늘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재청 측은 "조선의 근본이 되는 시설이 제 모습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회에서도 지적이 나오면서 지난 2014년 복원 계획이 수립돼 그동안 종로구와 협의해 왔고, 발굴을 더는 미룰 수 없는 만큼 올해 6월 말에는 놀이터 운영을 종료해야 한다는 것이다.

종로구청과 구의회 홈페이지 등에는 놀이터 폐쇄에 항의하면서 대체 놀이터 마련을 요구하는 주민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자신을 학부모라고 밝힌 한 주민은 "사직단 어린이 놀이터는 종로에 몇 안 되는 공공 놀이터"라면서 "놀이터를 유지하기 어렵다면 아이들이 쉬고 놀 수 있는 작은 터라도 마련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문화재가 즐비한 데다 기업·공공기관이 몰려 주민 주차 공간도 부족한 종로구에서 이런 일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7월에는 성균관대 정문 안쪽 경학어린이공원 놀이터가 문화재 보호를 이유로 철거됐다.

원래 취객이 몰리던 흙바닥이었다가 주민 요구로 어린이 놀이터가 조성됐지만, 문화재청·성균관·성균관대의 반대를 이기지 못하고 사라졌다.

종로구, '문화재 복원' 허울 속 사라지는 어린이 놀이터

종로구 측은 "구 대부분이 시가지이기도 하고 주거 밀집도가 높아 놀이터 부지 확보가 어렵다"고 말했다.

종로구의 놀이터 부족 문제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2019년 은석 덕성여대 교수 등이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서울 지역 15세 이하 아동 인구의 1인당 '놀 공간' 면적은 종로구가 2.3㎡로 밑바닥 수준이었고, 어린이 공원 수와 면적도 최하위권이었다.

은 교수는 "도시공원 관련 법령에 따라 어린이 공원을 신규 조성하려면 최소 1천500㎡가 확보돼야 하는데 공공이 운용할 땅이 많지 않은 종로 등에선 쉽지 않은 조건"이라며 "이런 문제는 강북지역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공공이 조성하는 '어린이가 놀 공간'은 그간 정책에서 중요하게 다뤄지지 못했다"며 "도시 공간은 투표권을 가진 사람인 어른의 이해관계가 반영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참다못한 부모들이 직접 나서 놀이터 부지를 확보한 사례도 있다.

옥인동 군인아파트 부지는 학부모들이 수년간 요구해 놀이터를 짓고 개방한 곳이다.

이런 사례는 드물다고 한다.

김연금 조경작업소 울 소장은 "도시가 어른 중심이어서 주차장은 만들어도 놀이터는 만들지 않는 것"이라며 "아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자고 하면 주민들은 '시끄럽다'고 한다.

이런 세상에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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