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집에서 돈을 받고 가사를 돕거나 육아를 해주는 도우미, ‘가사노동자’에 대해서도 유급 연차휴가와 함께 퇴직금이 보장된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4대 사회보험 가입도 보장될 전망이다. 국회가 정부와 함께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안’(가사근로자법)을 제정하기로 한 것이다. 법이 만들어지면 1년가량 준비과정을 거쳐 2022년부터 가사도우미들이 적지 않은 혜택을 볼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기존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게 하지 않고 별도 법으로 제정한 것 자체가 가사도우미, 즉 가사근로자에 대한 차별 요소라는 비판 의견도 내놓지만 노동권의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큰 변화다. 근로기준법이 1953년 6·25전쟁통에 제정된 것을 감안하면 70년 만에 ‘노동법 사각지대’가 주목할 만큼 줄어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문제는 이렇게 강화된 가사근로자법이 시행되면 가사근로자 고용에 따른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고, 그만큼 이들의 일자리가 줄어들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노동 약자를 위한 법이 대개 그렇듯이, 법 취지나 명분은 좋지만 현실에서는 예상되는 부작용과 예상치 못한 문제점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상을 좇다가 자칫 가사보조와 육아보살핌의 시장을 없애거나 줄여버린다면 근로조건 및 처우 개선도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가사근로자법, 어떻게 볼 것인가.
[시사이슈 찬반토론] 가사근로자에 휴가·퇴직금·사회보험…법제화 할만한가

[찬성] 노동관련법 사각지대 없애는 '진전'…여성 권리신장에 부합해야
청소 조리 육아 등 가사를 종합적으로 돕는 가사서비스는 70년 가까이 노동 관련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왔다. 산업 현장과 사회 전반에 걸친 노동·근로권의 향상에 맞춰 이들도 직업적 가사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우를 받고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근로에 따른 적절한 휴가, 퇴직급여(퇴직금), 사회보험 혜택은 그들의 근로에 따르는 자연스러운 권리다.

현재 국내 가사서비스업 종사자는 정확한 수도 파악이 어려울 정도다. 그만큼 고용·노동시장의 ‘한계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이었던 셈이다. 추산으로는, 주로 여성을 중심으로 종사자가 15만~6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분석된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다양한 영역에서 이뤄진 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 메가트렌드다. 근로를 하든 그렇지 않든 여성의 사회적 권리 또한 크게 신장돼온 것과 비교하면 오히려 만시지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최근에는 가사서비스를 중개하는 전문 업체도 많이 생겼다. 일종의 플랫폼 기업이다. 이번에 제정될 법에 따라 혜택을 받게 되는 가사근로자도 일단은 전문 중개업체에 소속된 경우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나아갈 길은 많이 남았다.

이 법을 만들기 위해 지난 10여 년간 준비 기간이 필요했다. 법안은 오래전부터 국회에 상정됐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외면받다가 이번에야 처리된 것은 천만다행이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라고 볼 수도 있다. 새로 법이 제정돼도 전문 중개업소를 거치지 않은 채 직업소개소와 개인 소개로 이뤄지는 가사노동 계약은 법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 모든 가사근로자가 이 법의 적용 대상이 되고, 법에 따른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법안이 계약한 노동시간이 아니라 실제로 일한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유급휴일 등을 부여한 것, 주 15시간 미만의 단시간 근로자는 이런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 등은 아쉬운 대목이다.
[반대] 비용 30% 증가에 고용자 '경계심'도…가사도우미 일자리 줄일 것
근로에 대한 정당한 보수나 노동에 따른 근로자 법적 지위 및 권리는 필요하다. 문제는 다양한 형태의 노동을 획일화할 경우 예상되는 문제점도 미리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산업 현장보다 법이 너무 앞서가거나 사회 현실과 달리 이상으로 치달을 경우 ‘과속’에 따른 부작용이 생긴다는 점도 지혜롭게 볼 필요가 있다.

가사근로자의 처우를 개선하고 권리를 법으로 보장하자는 것도 취지는 좋다. 큰 문제는 당장 이용자(고용인) 부담이 최대 30%가량 증가한다는 것이다. 가사서비스가 절실한 맞벌이 부부 등 주 이용층이 갑자기 늘어난 비용에도 도우미를 계속 쓸 수 있을까. 어쩔 수 없이 계속 쓰는 사례도 있겠지만, 늘어난 비용 때문에 도우미 활용을 중단하는 경우가 속출할 것이다. 신혼 부부는 양가 부모나 친지에게 그 일을 맡기면서 도우미 의존도를 줄일 공산이 크다. 그렇게 되면 가사도우미는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처우가 개선되고 휴가권이 보장된들 일자리 자체가 줄어들면 실질적으로 어떤 도움이 될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단순히 경제적 비용 증가 이상의 부담이 이용 가정(고용자)에게 생길 수 있다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법에 따른 ‘정식 근로자’가 되면 일종의 ‘노사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 가사는 다소 민감하고 독특한 노동 서비스여서 업무 부탁(지시)이 ‘갑질’로 왜곡 해석되면서 ‘갑을 관계’의 분쟁이 생길 여지도 없지 않다. 이 또한 가사근로자 고용을 꺼리게 하는 요인이 되고, 그만큼 일자리를 줄일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될 만하다. 가뜩이나 다양한 형태의 로봇이나 홈오토메이션으로 가사도우미 역할은 줄어드는 추세다. 스스로 움직이는 자율 청소기 보급도 확산되고, ‘스타일러’ 등을 비롯해 온갖 IT(정보기술)형 가전기기 보급으로 가사근로자 입지는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이상에 치우친 법이 일자리를 줄여버리지는 않을까.
√ 생각하기 - 취지 좋아도 '과속' 땐 부작용…급등한 '최저임금 그늘' 참고할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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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근로에 따른 합리적 임금체계를 갖추는 것과 정당한 노동권을 부여하는 것은 중요하다. 선진사회의 척도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다만 모든 것을 미주알고주알 법으로 제정하는 게 맞는지, 사회적 합의나 공감대 아래 큰 원칙만 마련하고 현장 자율에 맡기는 게 더 바람직한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사적 자치’ ‘계약자유’의 큰 원리를 중시한다면 각 경제 주체가 스스로 알아서 잘하면서 국가 개입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시민의 책임의식도 강화되고 자기절제 노력도 배가된다. 비용 문제도 가볍게 볼 일은 아니다. 이상사회로 가는 데에는 다양한 형태의 비용이 발생하는데, 문제는 이런 비용 때문에 기존의 많은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급등한 최저임금이 주유소, 프랜차이즈 매장 등의 판매직 일자리를 없애버리는 현실은 무엇을 말하는가. 햄버거 가게 알바 자리는 왜 없어지고 키오스크가 대신하게 됐나. 가사근로자는 대부분 저임금에도 일자리가 꼭 필요한 취약층이다. 이들에게 절실한 것이 당장의 휴식권일까, 나이가 들어도 더 일할 수 있는 넉넉한 일자리일까. 취약 계층의 권리보장이 확장된 개념의 ‘언더도그마 입법’ 측면은 없는지도 냉정히 볼 필요가 있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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