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주차장 건립을 위한 민간투자 계약 내용이 모두 이행됐다면 해당 업체의 파산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계약에 따른 양사의 법률관계는 이미 종결됐기 때문에 파산했다는 이유로 해지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6일 예금보험공사가 대전광역시를 상대로 낸 전부금 지급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전시는 2008년 3월 주차관리업체 리차드텍과 대전지하철 1호선 노은역 지하주차장 건설·운영사업 실시협약을 체결했다. 대전시가 주차장 시설에 대한 소유권을 갖고 관리운영권을 리차드텍에 넘기는 내용이었다.

리차드텍은 실시협약에 따른 주차장 관리운영권에 188억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A손해보험사로부터 145억원을 대출받았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2013년 11월 A 손해보험사가 파산했고 이어 리차드텍도 이듬해 6월 파산 선고를 받은 것이다.

A손해보험사의 파산관재인인 예보는 리차드텍의 대출금 회수를 위해 대전시에 리차드텍과의 실시협약 해지를 통지했다. 채무자회생법에 따라 파산선고 당시 이행이 완료되지 않은 계약은 해지가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이에 대해 대전시는 “파산관재인의 통지로 계약은 해지될 수 없다”며 채무 부담 의무가 없다고 맞섰다. 계약은 해지할 수 없기 때문에 파산관재인이 직접 주차장 운영권을 매각하는 방법으로 채권을 회수해야 한다는 취지다.

1·2심은 모두 “이 사건은 채무자회생법에 의해 해지될 수 있는 협약이 아니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두 회사가 파산하기 전 이미 대전시의 주차장 소유권 이전 등기가 마무리됐고, 리차드텍도 관리운영권을 확보해 협약 이행이 완료됐다고 판단했다. 실시협약에 따른 양사의 법률관계는 이미 종결됐기 때문에 해당 업체가 파산했다고 해도 해지가 어렵다고 본 것이다.

예보 측은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같은 이유로 이를 기각했다. 반면 김재형·박정화·이흥구 대법관은 “파산 당시 사업시행자는 주차장의 운영 의무, 주무관청은 부지 무상 제공 등 의무가 남았기 때문에 협약 이행이 완료되지 않았다”며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최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