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 짓지 마소" 암소 타고 춘천 집회 참석한 수원 농민
6일 오전 10시께 강원 춘천시 강원도청 앞을 지나던 시민들은 낯선 풍경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삭발에 개량한복 차림의 남성이 암소 등에 타 강원도의회를 향해 올라갔고, 그 뒤로 어린 소 2마리가 졸졸 따랐기 때문이다.

남성과 소 3마리는 도의회 입구에서 진행 중인 레고랜드 컨벤션센터 부지매입안 부결 촉구 기자회견에 합류했다.

남성을 태운 소는 가쁜 숨을 내쉬었고 송아지는 정문에 소변을 보기까지 했다.

기자회견을 주최한 중도유적지킴본부 관계자에게 이 남성이 누군지 물었지만, "언제부턴가 집회에 자발적으로 나오고 있고 어떤 분인지는 모르겠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이 남성은 소 등에 올라 마이크를 건네받은 뒤 레고랜드 건설의 부당함과 중도 유적의 소중함을 다소 거친 말투로 주장했다.

발언을 마친 뒤 소 등에서 내려온 그에게 다가가 어디서 왔는지 묻자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레고랜드 짓지 마소" 암소 타고 춘천 집회 참석한 수원 농민
자신을 농부라고 소개한 정면채(62)씨는 "수원에서 소를 싣고 춘천까지 왔다"고 말했다.

자신을 태운 어미 소는 양양이(16), 뒤따른 새끼는 겨울이(3), 가을이(2)라고 소개했다.

정씨는 수년 전부터 뉴스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선사유적이 묻힌 춘천 중도에 레고랜드 테마파크가 들어선다는 소식을 접하고 문제가 있다고 느껴왔다.

다만 수원에 사는 자신이 나서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했다.

점차 레고랜드가 모습을 갖춰나가고 여러 문제점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그는 자신이 나서야 할 때라고 마음먹었다.

지난 3월 26일 레고랜드 건설 현장 인근에서 벌인 집회를 시작으로 오늘까지 3번째로 춘천에서 열리는 레고랜드 반대 집회와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그때마다 소는 함께였다.

정씨는 "소는 내 자가용이자 친구"라며 "역사의 흔적이 남아있는 중도에 레고랜드를 짓는 것은 민족의 얼을 해치는 행위로 끝까지 소와 함께 반대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중도유적지킴본부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도민 혈세로 지으려는 강원국제컨벤션센터의 부지 매입안은 반드시 부결해야 한다"고 도의회에 촉구했다.

"레고랜드 짓지 마소" 암소 타고 춘천 집회 참석한 수원 농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