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의원, 친일 인사 기준·청산 용어 등에 문제 제기
오는 12일 임시회서 심의 재개
경남 일제잔재 청산 조례안 수개월째 표류…상임위 통과 난관

경남에서 일제잔재 청산 관련 조례안이 상임위원회조차 통과하지 못한 채 표류해 그 배경에 의문이 쏠린다.

6일 도의회 등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을 포함한 28명은 '경상남도교육청 일제잔재 청산에 관한 조례안'을 공동 발의했다.

조례안은 일제 식민통치로 도내 학교에 남아 있는 유·무형 흔적을 청산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다.

유사한 조례는 경남도, 제주도에서도 이미 시행 중이지만, 해당 조례안은 도의회에서 지난달까지 두 차례 임시회를 거치면서도 교육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했다.

조례안이 처음 상정된 지난 3월 16일 제383회 임시회 제1차 교육위원회에서는 청산 대상과 용어 등을 두고 일부 의원의 반대가 이어졌다.

국민의힘 윤성미 의원은 당시 회의에서 "일제잔재에 대한 의미, 기준과 범위가 불분명하다"며 도교육청이 앞서 학교 내 일제잔재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친일인명사전'을 근거로 한 점을 문제 삼았다.

윤 의원은 "정부가 공식 인정한 친일 반민족 인사는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선정된 1천6명임에도 민간단체인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을 기준으로 삼은 이유가 뭔가"라며 "친일인명사전은 4천389명을 친일 인사로 규정하는데, 판단 기준에서부터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구체적 법령이나 근거 없이 조례가 시행되면 도교육청 추진 사업과 같이 일방적 기준, 자의적 판단에 의해 추진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황재은 의원도 윤 의원 질의 내용을 포함해 조례안에 대해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경남 일제잔재 청산 조례안 수개월째 표류…상임위 통과 난관

국민의힘 조영제 의원은 "(도교육청이 앞서 청산 대상으로 꼽은) 교가들은 동문들이 몇십 년간 부른 익숙한 것이어서 없애라는 데 반발이 많다"며 "일제잔재인지도 몰랐는데 지금 와서 일본을 따르는 사람이 지었다고 교가를 없애야 한다면 언어도단 아닌가"라고도 말했다.

조 의원은 또 조례안에 명시된 일제잔재청산위원회와 관련, "'위촉직 위원은 (…) 일제잔재에 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중에서 교육감이 위촉한다'고 돼 있는데, 주관적 요건에 머물러 편파성을 보일 수 있고, 객관성과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제잔재, 청산이라는 용어도 '일본은 다 나쁘니까 일본을 다 배척하자'고 받아들여질 수 있다"라고 했다.

같은 당 이병희 의원은 "조례를 만드는 데는 기준, 원칙이 필요하다"며 조례안의 심의 보류를 제안했다.

일제잔재 청산 취지에는 모두 동의하는 만큼 세부적 이견은 조례안 통과 뒤 위원회 등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며 조례안 찬성 의견도 이어졌다.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우리는 (학창시절) 일부 사람들이 친일행위를 했거나 강제징병을 독려하는 시를 썼다는 걸 모르는 상태에서 배운 것들이 있는데, 대한민국 미래를 열어갈 다음 세대는 왜곡되고 편협된 교육을 벗어나 일제잔재 청산과 더불어 올바른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같은 당 김성갑 의원도 "일제잔재에 대한 구체적 대상과 범위가 다소 불명확하다고 하는데, 사람들 견해에 따라서 다르기 때문에 그걸 명확히 하고 조례를 정하려고 하면 오랜 시간을 두고도 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 과거사를 전혀 반성하지 않는 것이 문제인데, 일제잔재를 더 빨리 청산해야 함에도 늦은 감이 있다"며 "조례가 통과돼도 학교운영위원회를 거쳐야 하고 구성원들끼리도 서로 조율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정리해나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 당 송순호 위원장은 "윤 의원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특별법을 만들 때 그 기준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서 제외된 사람도, 선택된 사람도 있다.

정치적 협의로 만들어낸 특별법이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 기준에 대한 문제가 여전히 논란이 되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조례안은 결국 해당 회의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심의 보류 결정됐다.

바로 다음 달 열린 지난 4월 제384회 임시회 때는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조례안 심의는 오는 12일 열릴 제385회 임시회 제1차 교육위원회에서 다시 이뤄진다.

기존 조례안에 반대 의견을 낸 의원들은 일제잔재 청산 대상을 특별법에 따른 친일 인사로 규정한 내용 등을 반영한 수정안을 낼 예정이다.

조례안 상정 직후부터 찬반 의견 차가 컸던 만큼 이번 임시회 때 조례안이 통과될지는 미지수로 남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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