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구형량 절반 이하 선고에도 항소 안 하고 사실상 선처
학대 뇌출혈 2개월 딸 엄마 사기 사건…검찰 이례적 항소 포기
인천 한 모텔에서 남편의 학대로 생후 2개월 딸이 중태에 빠질 당시 사기 혐의로 구속됐던 20대 여성의 1심 판결에 대해 검찰이 이례적으로 항소를 포기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검은 사기 혐의로 지난달 26일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A(22·여)씨의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았다.

1심 판결 후 항소 기간은 선고일 다음 날부터 1주일이지만 검찰은 이달 3일까지도 항소장을 법원에 제출하지 않았고, 징역형의 집행유예로 석방된 A씨도 항소하지 않아 1심의 형이 확정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1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범행 기간 등을 고려했다며 A씨에게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구형한 바 있다.

통상 검찰은 구형량의 절반 이하가 선고되는 사건은 대부분 항소하지만, A씨의 경우 모텔에서 어렵게 지내왔고 남편의 학대로 현재 병원 치료를 받는 생후 2개월 딸인 B양과 2살짜리 아들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항소하지 않고 사실상 선처했다.

검찰 관계자는 "초범인 A씨가 범행을 자백했다"며 "피해금을 갚겠다고 다짐한데다 어린 자녀들을 양육할 필요가 있어 항소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A씨는 2018년 11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수술비나 진료비가 필요하다며 친구로부터 47차례 1천100만원을 빌린 뒤 갚지 않고 가로챈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그는 지난해 7월 이 사건으로 기소된 이후 법정에 한 번도 출석하지 않아 지명수배됐고 법원이 발부한 구금 영장에 따라 지난달 6일 경찰에 체포돼 곧바로 구속됐다.

A씨가 체포되고 엿새 뒤인 지난달 12일 오후 11시 30분께 딸 B양은 인천시 부평구 한 모텔에서 아버지 C(27)씨로부터 학대를 당했고, 다음날 새벽 뇌출혈 증상과 함께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 중상해 혐의로 구속된 C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내가 구속된 이후 혼자 모텔에서 두 아이를 돌보는데) 자꾸 울어 화가 나서 딸 아이를 나무 탁자에 던졌다"고 자백했다.

이 사건이 알려진 뒤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남동구에는 A씨의 사기 사건 합의금을 지원하고 싶다는 후원 문의가 잇따랐다.

지난해 여름부터 부평구 일대 모텔 여러 곳을 전전한 A씨 부부는 긴급생계지원을 받을 정도로 형편이 어려웠고 올해 2월 한 모텔에서 B양을 출산했다.

인천 한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인 B양은 최근 의식을 되찾았으며 스스로 호흡할 정도로 건강 상태가 나아졌다.

사건 발생 후 혼자 남게 된 B양의 오빠는 인천 한 양육시설로 옮겨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