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도 달라진 오세훈 서울시장 "유치원 무상급식 찬성 어린이집 급식비 올리자"
오세훈 서울시장(사진)이 유치원 무상급식 전면 도입에 찬성하는 것에 더해 “어린이집 급식비를 인상하자”고 정부에 역으로 제안했다. 2011년 초·중학교 무상급식에 반대하며 사퇴했던 것에서 180도 입장이 바뀐 것이다. 앞으로 무상급식 전면 도입과 관련한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오 시장은 4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 “서울시는 유치원 무상급식을 빠르게 추진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오 시장이 조희연 서울교육감의 유치원 무상급식 전면 도입안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서울교육청은 2023년 유치원 무상급식 전면 도입을 목표로 올해 15곳에서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오 시장은 또 “유치원 무상급식만 할 경우 어린이집과의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어린이집 급식·간식비를 현실화하자”고 이날 국무회의에서 제안했다.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유치원 780곳의 한 끼 식사가격은 평균 3100원이다.

어린이집의 경우 한 끼 급식과 두 번의 간식비를 포함해 만 0~2세 1900원, 만 3~5세 2500원으로 기준가격이 책정돼 있다. 보건복지부는 표준보육비용을 지난해에 11년 만에 인상한 바 있다.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들은 어린이집 급식비의 부족분에 대해 45~1500원으로 제각각 지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별로 급식수준이 천차만별이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지난해 제주에선 극소량의 반찬이 담긴 어린이집 급식이 시민단체에 의해 공개돼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오 시장은 “유치원 무상급식만 전면 시행되면 어린이집 영유아가 역차별받는 상황이 고착화할 것”이라며 “정부가 나서 어린이집 급식·간식비 현실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오 시장의 제안에 대해 이날 국무회의에 참석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정부와 지자체가 재정분담 비율을 놓고 갈등을 빚을 가능성은 남아 있다. 서울시의 유치원 전체가 무상급식을 시행하면 매년 약 834억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교육청은 이 비용을 초·중·고교와 마찬가지로 교육청과 서울시, 자치구가 각각 5 대 3 대 2로 부담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무상급식을 둘러싼 논란은 2011년 오 시장 재직 시절 서울시의회가 ‘친환경 무상급식 조례안’을 제정하며 시작됐다. 당시 오 시장은 “무상급식은 무차별 복지”라며 조례안에 반대해 서울시장직을 걸고 주민투표를 했다. 주민투표는 무상급식에 찬성하는 시민들의 투표거부로 투표함을 열 수 있는 조건(투표율 33.3%)에 미치지 못했고, 오 시장은 시장직을 내려놔야 했다.

하수정/최만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