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스타트업 몽세누 박준범 대표 "폐플라스틱을 옷으로…환경·패션 다 잡았죠"
“여기 보이는 이 옷엔 생수병 70개만큼의 폐플라스틱이 들어갑니다. 하루에도 플라스틱 생수병은 수만 개가 버려져요. 이걸 그냥 버리면 돈 주고 버리는 쓰레기지만 조금의 수고를 들이면 돈 내고 사는 상품이 될 수 있죠.”

패션 스타트업인 몽세누를 운영하는 박준범 대표(사진)는 이제 갓 서른이 된 젊은 창업인이다. 몽세누가 파는 옷은 다른 업체들과는 조금 다른 특별한 점이 있다. 폐플라스틱에서 추출한 원단을 사용해 만든 ‘재활용’ 옷이라는 것이다. 2019년 SK이노베이션이 주최한 친환경 사업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탄 데 이어, 지난해 12월엔 문재인 대통령이 ‘2050 탄소중립비전’을 선언하면서 이 업체가 제작한 넥타이를 매고 나와 더 큰 주목을 받았다.

박 대표는 지난 3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재활용 옷으로 유명한 미국 파타고니아와 같은 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친환경은 물론 패션 브랜드로서의 입지도 개척할 것”이라고 했다.

몽세누의 ‘폐플라스틱 옷’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정제해 파쇄기로 잘게 부순 다음 이를 고열로 녹이고 압축하면 다양한 플라스틱 제품의 원료가 되는 ‘펠릿’을 생산할 수 있다. 이 펠릿을 사용해 우리 생활에 널리 쓰이는 섬유인 폴리에스테르를 제작하는 것이다. 재활용 수거와 정제 등의 과정을 거치다 보니 일반 폴리에스테르보다 원재료가 비쌀 수밖에 없다.

가격이 높으면 소비자의 외면을 받지 않을까. 박 대표는 “가격보다 옷의 품질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싼 맛에 입고 바로 버리게 되는 ‘패스트패션’을 지양하고 몇 년씩 꾸준하게 입을 수 있도록 바느질부터 신경을 썼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몽세누의 옷들은 숙련된 한국 근로자의 봉제 과정을 거쳐 기본 품질부터 높이는 전략을 택했다”며 “창업 모토인 쓰레기를 줄이자는 취지와도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대학 시절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무난한 진로를 계획하던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듣게 된 ‘환경디자인’ 수업에서 학부 연구원으로 뽑히면서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사업에 큰 관심을 두게 됐다. 각종 창업대회에 출전해 수상 실적을 거두면서 실제 창업에도 도전하게 됐다.

“창업대회를 하면서 마침 그 대회에 멘토로 참여하던 파타고니아 관계자 분께 입사 권유가 들어오기도 했어요. 제가 동경하던 기업이니 정말 기뻤죠. 그런데 저도 모르게 ‘저도 파타고니아와 같은 기업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라고 당당히 말했습니다. 그렇게 한 번 거절하고 나니 더욱 창업에 도전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박 대표는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투자 유치는 물론 제품 연구개발에도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그는 “남녀노소 모두가 입을 수 있는 제품 라인업을 구성하겠다”며 “오는 30일 ‘녹색성장’을 주제로 열리는 P4G 서울 정상회의에도 참여할 것”이라고 했다.

배태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