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연, 미세먼지·세균·휘발성 유기화합물 올인원 집진 기술 개발
물방울 이용한 공기 청정 기술 개발…서울 지하철역서 실증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정전 분무 방식의 공기 청정 기술을 개발해 서울 지하철역에서 성공적으로 실증을 마쳤다고 4일 밝혔다.

물에 전압을 가해 주면 물 분자 사이 척력(밀어내는 힘)에 의해 노즐의 끝에서 하전을 띤 수백만 개 이상의 물 액적(덩어리)이 서로 밀어내며 분사되는 데 이를 정전 분무라 한다.

물방울 이용한 공기 청정 기술 개발…서울 지하철역서 실증
이 고하전 물 덩어리가 정전기적 인력을 이용해 미세먼지를 끌어와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기존 물을 이용한 공기 청정 기술과 달리 미세먼지와 물이 직접 충돌하지 않고 정전기적 인력에 의한 간접 충돌만으로도 높은 효율로 미세먼지를 포집할 수 있다.

연구팀은 기존 산업용 사이클론 전기집진기에 이 기술을 도입, 2019년 보령화력 1호기에 적용해 미세먼지 저감 성능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물에 고전압을 걸어 수십 ㎛(마이크로미터·1천분의 1㎜) 크기 액적을 분사해 부유 세균과 휘발성 유기화합물뿐만 아니라 초미세먼지까지 동시에 저감할 수 있는 정전 분무 기술을 개발했다.

물방울 이용한 공기 청정 기술 개발…서울 지하철역서 실증
물은 20㎛ 이하 크기로 작아지면 표면이 자발적으로 수소 이온과 수산화 이온으로 나뉜다.

이때 작은 물 액적들이 높은 전기장 환경에 놓이게 되면 수산화 이온이 불안정한 상태의 수산화 래디컬 상태로 바뀌며, 두 개의 수산화 래디컬이 결합하면 과산화수소로 변하게 된다.

또 노즐 주위 산소 분자가 전기장을 지나면서 코로나 방전(뾰족한 모양의 전극 주변에서 발생하는 방전 현상)이 일어나는데, 이에 따라 오존으로 산화되면서 일부는 물 액적 속에 녹아 오존수가 만들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과산화수소와 오존수는 실내 공기 중 떠다니는 세균과 바이러스를 제거할 수 있어 별도의 첨가제 없이 물만으로도 살균이 가능하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을 서울 지하철 5호선 장한평역사 내에 적용한 결과 초미세먼지(PM2.5) 저감 효율이 98%에 달했다.

부유 세균은 99.9% 이상,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96% 이상 저감시키는 것을 확인했다.

물방울 이용한 공기 청정 기술 개발…서울 지하철역서 실증
연구팀은 정전 분무 공기청정기 2대를 연속 가동해 역사 플랫폼 공간 260㎡ 내 미세먼지 농도를 최대 40%까지 낮추는 데 성공했다.

필터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 여과식 공기청정기와 달리 주기적으로 필터를 교체할 필요가 없어 유지 보수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최종원 책임연구원은 "먼지 제거, 살균, 휘발성 유기화합물 처리 설비를 따로 설치할 필요 없이 물을 이용해 3종의 오염물질을 한꺼번에 제거할 수 있다"며 "상용화를 위해 악취, 바이러스 등을 대상으로 성능 검증 대상을 넓혀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