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 이용한 공기 청정 기술 개발…서울 지하철역서 실증
물에 전압을 가해 주면 물 분자 사이 척력(밀어내는 힘)에 의해 노즐의 끝에서 하전을 띤 수백만 개 이상의 물 액적(덩어리)이 서로 밀어내며 분사되는 데 이를 정전 분무라 한다.
이 고하전 물 덩어리가 정전기적 인력을 이용해 미세먼지를 끌어와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기존 물을 이용한 공기 청정 기술과 달리 미세먼지와 물이 직접 충돌하지 않고 정전기적 인력에 의한 간접 충돌만으로도 높은 효율로 미세먼지를 포집할 수 있다.
연구팀은 기존 산업용 사이클론 전기집진기에 이 기술을 도입, 2019년 보령화력 1호기에 적용해 미세먼지 저감 성능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물에 고전압을 걸어 수십 ㎛(마이크로미터·1천분의 1㎜) 크기 액적을 분사해 부유 세균과 휘발성 유기화합물뿐만 아니라 초미세먼지까지 동시에 저감할 수 있는 정전 분무 기술을 개발했다.
물은 20㎛ 이하 크기로 작아지면 표면이 자발적으로 수소 이온과 수산화 이온으로 나뉜다.
이때 작은 물 액적들이 높은 전기장 환경에 놓이게 되면 수산화 이온이 불안정한 상태의 수산화 래디컬 상태로 바뀌며, 두 개의 수산화 래디컬이 결합하면 과산화수소로 변하게 된다.
또 노즐 주위 산소 분자가 전기장을 지나면서 코로나 방전(뾰족한 모양의 전극 주변에서 발생하는 방전 현상)이 일어나는데, 이에 따라 오존으로 산화되면서 일부는 물 액적 속에 녹아 오존수가 만들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과산화수소와 오존수는 실내 공기 중 떠다니는 세균과 바이러스를 제거할 수 있어 별도의 첨가제 없이 물만으로도 살균이 가능하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을 서울 지하철 5호선 장한평역사 내에 적용한 결과 초미세먼지(PM2.5) 저감 효율이 98%에 달했다.
부유 세균은 99.9% 이상,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96% 이상 저감시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정전 분무 공기청정기 2대를 연속 가동해 역사 플랫폼 공간 260㎡ 내 미세먼지 농도를 최대 40%까지 낮추는 데 성공했다.
필터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 여과식 공기청정기와 달리 주기적으로 필터를 교체할 필요가 없어 유지 보수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최종원 책임연구원은 "먼지 제거, 살균, 휘발성 유기화합물 처리 설비를 따로 설치할 필요 없이 물을 이용해 3종의 오염물질을 한꺼번에 제거할 수 있다"며 "상용화를 위해 악취, 바이러스 등을 대상으로 성능 검증 대상을 넓혀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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