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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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18년 만에 잡힌 뒤 실형을 선고받은 60대가 항소심에서도 1심과 같은 형을 받았다. 이 사람은 10억원 상당의 물품 대금을 갚지 않고 해외도피 행각을 벌이다 작년에 구속됐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3부(심담 이승련 엄상필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무고·부정수표 단속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60)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A씨는 화장지 제조업체를 운영했다. 그는 2002년 피해자로부터 5억7000여만원 상당의 사업 물품을 공급받고 값을 치르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공급받은 물품에 대한 지급 명목으로 피해자에게 수표를 건냈다. 이후 만기가 다가오면 “수표들이 위조됐다”며 경찰에 신고해 사용을 막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2003년에도 “원단을 공급해주면 공장을 담보로 제공하고 나중에 결제하겠다”며 다른 피해자로부터 5억1000여만원어치의 원단을 빌린 뒤 갚지 않았다. 은행 직원을 수표 위·변조자로 무고하기도 했다.

A씨는 2003년 수사를 받던 중 중국으로 도주했다. 해외를 떠돌던 A씨는 2008년 말레이시아에서 강제 추방된 후 국내에 들어와 일부 범행을 자백했다. 하지만 이내 번복하고 2009년 기소된 뒤 다시 해외로 달아났다가 지난해 4월 다시 귀국한 뒤 구속됐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 징역 6년을 선고하며 “피고인이 수사·재판 도중 국외로 도망가 소재 탐지를 위해 많은 사법·행정자원이 낭비됐다”고 질타했다. 이어 “이 사건 범행은 2002~2003년 이뤄진 것으로, 현재 물가를 기준으로 산정하면 피해액은 위 금액(범행금액)보다 현저히 많은 점 등을 고려해 형량을 정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원단이 도난당하고, 받은 생산 기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대금을 지급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었다”며 항소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