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저소득층에 지난해 지급한 선별 재난긴급생활비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국가재난지원금보다 소비 증대 효과가 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시복지재단은 서울시가 기준중위소득 100% 이하 160만 가구에 총 5400억원을 지난해 4~5월 지급한 재난긴급생활비의 한계소비성향이 0.508로 추정됐다고 3일 발표했다. 한계소비성향은 추가로 벌어들인 소득 중 소비되는 금액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재난긴급생활비로 늘어난 소득의 약 50.8%가 추가 소비로 이어졌다는 의미다.

서울시 선별 재난긴급생활비의 한계소비성향 0.508은 지난해 전 국민에게 지급된 국가지원재난금의 한계소비성향(0.262~0.361)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재단 측은 “서울시 재난긴급생활비의 소비 증진 효과가 국가지원재난금보다 컸다는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건 없이 주는 보편 지원보다 필요한 곳을 선별해 지원하는 방식이 효과적이었다는 분석이다.

재단에 따르면 재난긴급생활비가 사용된 지난해 4월 8일부터 5월 12일까지 지원 대상의 소비가 그렇지 않은 시민(연 4800만~7200만원 소득 집단)보다 약 12% 증가했다. 특히 월 소득 200만원 미만 시민의 소비는 19.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에 약국, 안경, 슈퍼마켓, 생활용품, 생활서비스 등의 소비가 전반적으로 회복된 것으로도 분석됐다.

재난긴급생활비는 슈퍼마켓·편의점 등 유통 부문에 41% 지출됐다. 음식점·제과점·커피전문점 등 요식 부문(22.9%), 음식료품(10.8%), 의료(8.9%) 부문이 뒤를 이었다. 주로 일상생활 유지 용도로 지원금을 활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재단이 지난해 10~11월 재난긴급생활비를 받은 722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선 응답자의 88%가 “가계에 도움이 됐다”고 했다. 86.8%는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했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내걸었던 ‘안심소득 실험’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예상이 시 안팎에서 나온다. 오 시장의 안심소득 실험은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기준선 이하 소득분의 50%를 차등 지원해 주는 게 핵심이다. 서울시는 먼저 200가구를 선별해 안심소득을 지급하고, 소득 증가 효과 등을 살펴볼 계획이다. 실험에 투입되는 예산은 연 40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정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