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생 거짓말에 CCTV 확인 부실…경찰 "결과적으로 속았다"
'친누나 살해 후 시신유기' 남동생 더 빨리 잡을 수 있었다

친누나를 잔인하게 살해한 뒤 인천 강화도 농수로에 시신을 유기했다가 4개월 만에 붙잡힌 20대 남동생은 올해 2월 가출 신고를 받고 수사에 나선 경찰 수사관들을 거짓말로 완벽하게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경찰이 수사를 꼼꼼하게 했다면 이 남성을 더 빨리 검거했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경찰에 따르면 최근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된 A(27)씨는 그의 부모가 올해 2월 14일 인천 남동경찰서 한 지구대에 누나 B씨에 대한 가출 신고를 하자 자택에서 현장 조사를 받았다.

경북 안동에서 떨어져 사는 부모와 달리 A씨는 당시 사라진 누나 B씨와 함께 살던 유일한 가족이었다.

2월 14일 오후 2시 24분께 이들 남매의 어머니로부터 실종 신고를 접수한 경찰 수사관들은 같은 날 오후 8시 넘어 A씨가 사는 인천시 남동구 한 아파트에 찾아갔다.

A씨는 "누나가 언제 마지막으로 집에서 나갔느냐"는 경찰 수사관들의 물음에 2월 7일"이라고 답했다.

수사관들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2월 6일 오전부터 7일 오후까지 녹화된 엘리베이터 폐쇄회로(CC)TV를 A씨와 함께 3시간 넘게 돌려봤으나 B씨가 나온 영상을 찾지 못했다.

수사관들이 "2월 7일이 맞느냐"고 재차 묻자 A씨는 "2월 6일 새벽"이라고 말을 바꿨다.

그는 "평소 누나가 외박을 자주 했다"며 "외박한 사실을 부모님에게 감춰주기 위해 2월 7일에 집에서 나갔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당일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자정을 넘겨 문을 닫자 누나의 가출 시점이라며 A씨가 재차 번복한 2월 6일 새벽 CCTV 영상은 확인하지 않고 철수했고, 이후에는 더는 CCTV 영상을 살펴보지 않았다.

실종 사건을 수사한 경험이 있는 한 경찰관은 "유일하게 미귀가자와 함께 살던 남동생의 말이 맞지 않는데도 추가로 CCTV 영상을 확인하지 않은 것은 큰 실수이고 수사를 부실하게 한 것"이라며 "당시 계속 바뀌는 남동생의 말이 맞는지 끝까지 확인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친누나 살해 후 시신유기' 남동생 더 빨리 잡을 수 있었다

또 다른 수사관은 "누나가 집에서 나갔다고 한 시점의 CCTV 영상을 계속 확인했다면 거짓말을 하던 남동생이 결국 용의선상에 올랐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A씨의 살인 범행은 막을 수 없었겠지만, 용의자는 더 빨리 잡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경찰이 집에 다녀가고 이틀 뒤인 2월 16일 오전 카카오톡 메시지를 캡처한 사진을 수사관들에게 문자 메시지로 보냈다.

그가 같은 날 오전 5시 22분께 누나로부터 받았다는 카톡 메시지에는 '너 많이 혼났겠구나.

실종 신고가 웬 말이니. 한두 살 먹은 어린애도 아니고'라고 적혀 있었다.

며칠 뒤 카톡 메시지에는 A씨가 '부모님에게 남자친구 소개하고 떳떳하게 만나라'고 하자 누나는 '잔소리 그만하라'고 답장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경찰 수사관들을 완벽하게 속인 이 카톡 메시지는 A씨가 누나의 휴대전화 유심(가입자 식별 모듈·USIM)을 다른 기기에 끼워 혼자서 주고받은 대화로 드러났다.

A씨는 누나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부모까지 속여 경찰에 접수된 가출 신고를 지난달 1일 취소하게 했다.

인천 남동서 관계자는 "카톡으로 누나와 주고받은 메시지를 남동생이 캡처해서 수사관에게 보내줬다"며 "'동생이랑은 연락이 되는구나'라고 생각하고 더는 의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대한 열심히 수사한다고는 했는데 결과적으로 우리가 속았다"고 덧붙였다.

A씨는 지난해 12월 중순 새벽 시간대에 자택인 인천시 남동구 한 아파트에서 친누나인 30대 B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해당 아파트 옥상에 10일간 누나의 시신을 방치했다가 같은 달 말께 렌터카를 이용해 인천시 강화군 삼산면 석모도에 있는 한 농수로에 유기했다.

B씨의 시신은 농수로에 버려진 지 4개월 만인 지난달 21일 발견됐다.

경찰이 프로파일러(범죄분석관)를 투입해 조사한 결과 A씨는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 성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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