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처리장 두고 '행복추구권'·'사유재산권' 충돌…광주 광산구 갈등관리역량 시험대
[현장in] "황룡강변 혐오시설 안 돼" vs "정당한 사업"
광주 광산구 황룡강변에 들어서는 폐기물처리장을 두고 행복추구권과 사유재산권이 충돌하고 있다.

인허가권 행사로 돌파구를 찾으려 한 지방자치단체가 법원으로부터 부당한 행정이라고 지적받으면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갈등관리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

2일 광주 광산구에 따르면 황룡강변 폐기물처리장 신설을 반대하는 광산·임곡동 주민이 오는 3일부터 광산구청 앞에서 연일 집회를 연다고 예고했다.

주민들은 2년 전 이맘때에도 폐기물처리장에 반대하며 장기간 단체행동을 이어갔다.

구청 마당에 모여 구호를 외쳤고, 때로는 구청장 집무실을 점거했다.

임곡동에 정착한 '최순실 저격수'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이 폐기물처리장 반대 행동에 동참해 주목받기도 했다.

[현장in] "황룡강변 혐오시설 안 돼" vs "정당한 사업"
주민들이 2년 만에 단체행동을 재개하는 이유는 폐기물처리장 운영을 계획한 ㈜정원산업개발(이하 정원산업)이 광산구와 광주시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최종 승소했기 때문이다.

타지역에서 폐기물처리사업을 하던 정원산업은 2018년 7월 광산동 황룡강변 공장 건물과 땅을 사들였다.

정원산업은 공장 건물과 땅의 용도변경 절차를 거쳐 광산구로부터 폐기물처리사업계획을, 광주시로부터 하천 점용허가를 획득했다.

정원산업의 사업계획은 최종 인허가 단계인 시설물 사용 허가를 앞두고 폐기물처리장을 혐오시설로 규정한 주민들의 집단민원에 제동이 걸렸다.

광산구는 정원산업이 하천 점용허가 구역 일부를 콘크리트로 포장하고 울타리를 세운 행위 등이 당초 사업계획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원상복구 행정명령이 내려졌는데 정원산업이 이행을 미루자 광산구는 사업허가를, 광주시는 하천 점용허가를 취소했다.

[현장in] "황룡강변 혐오시설 안 돼" vs "정당한 사업"
이후 벌어진 행정소송에서 재판부는 집단민원 이전 현장 점검 때 담당 공무원이 콘크리트 포장을 발견하고도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던 선행 절차를 되짚으며 정원산업의 손을 들어줬다.

정원산업에 인수되기 전 공장도 하천 부지 일부를 관련 허가 없이 콘크리트로 포장했는데 형평성 문제 또한 행정소송에서 광산구와 광주시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폐기물처리장 예정지 입지와 현장 여건을 고려하면 콘크리트 포장과 울타리 설치 행위가 하천 관리에 되레 도움 될 수 있다는 재판부 의견도 더해졌다.

사업허가와 하천 점용허가를 취소한 광산구와 광주시의 처분이 부당한 행정이라는 2심의 판결은 지난달 대법원에서 잇달아 확정됐다.

행정소송에서 승소한 정원산업은 콘크리트 포장과 울타리 설치 행위 등을 반영한 사업계획 수정안으로 인허가 절차를 다시 밟을 예정이다.

[현장in] "황룡강변 혐오시설 안 돼" vs "정당한 사업"
사업계획 수정안이 법령에 위배되지 않는다면 정원산업은 폐기물처리장을 운영할 수 있다.

정원산업의 폐기물처리장 예정지는 광산구를 기준으로 황룡강 상류에 자리한다.

전남 장성군 입암산과 병풍산에서 발원하는 황룡강은 광산구를 거쳐 영산강으로 합류한다.

폐기물처리장 예정지에서 강줄기를 따라 약 15㎞를 내려가면 우리나라 유일 도심 속 국가보호습지로 지정된 장록습지가 펼쳐진다.

주민들은 지난해 여름 폭우와 황룡강 범람의 기억을 떠올리며 장록습지와 강 생태계 보전을 위해서라도 폐기물처리장 신설을 막겠다고 강조했다.

가칭 황룡강변 폐기물처리장 대책위원회 관계자는 "강물이 넘쳐 폐기물처리장을 덮치거나 침출수 유출 사고라도 난다면 그 피해가 어디로 가겠느냐"며 "단 한 번의 사고가 나더라도 생태계가 입을 피해는 막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장in] "황룡강변 혐오시설 안 돼" vs "정당한 사업"
폐기물처리사업에 용지매입과 설비구축 비용으로 약 50억원을 투자한 정원산업은 재산 행사 권리가 집단민원에 가로막혀서는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정원산업은 정상적인 급여를 지급하며 4개월간 폐기물처리업무를 교육한 직원 23명을 2년 전 사업허가와 하천 점용허가 취소로 인해 해고하기도 했다.

정원산업은 행정소송이 이어진 1년 6개월가량 사업 중단에 따른 금융비용까지 감내했다.

투자를 더 늘려 친환경 폐기물처리설비를 증축하는 사업계획 수정안도 검토 중이다.

정원산업 관계자는 "광산구에 연고가 없는 타지역 출신이라서 불이익을 당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망상까지 들 정도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다"며 "행정기관, 주민과 척지고 사업할 수 있겠냐며 헐값에 설비와 땅을 되사려는 기업사냥꾼까지 달려드는 형국"이라고 토로했다.

광산구는 행정소송 결과를 수용하며 원칙과 소통으로 이번 사안을 풀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