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누나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농수로에 유기한 남동생 A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2일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스1
친누나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농수로에 유기한 남동생 A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2일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스1
친누나를 살해한 뒤 강화도 농수로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동생 A(27)씨가 2일 구속됐다.

이와 관련 A씨는 누나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간 후 MBC 기자에게 "기사를 내리라"는 항의 이메일을 보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날 MBC 보도에 따르면 시신이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가자 A씨는 유가족이라며 MBC 기자에게 메일을 보냈다.

기사 내용 중 실종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부분이 있는데 가족들은 실종신고를 했다고 항의하는 내용이었다.

A씨는 "진위 여부가 확실치 않은 기사보도는 하지 말아달라"면서 "말 한마디가 예민하게 들리는 상황이라며 계속해서 이런 기사가 보도된다면 법적으로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시신이 발견돼 누나의 사망 사실이 알려지자 언론사에 메일을 보내 끝까지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지난해 12월 중순께 새벽 시간대에 자택인 인천시 남동구 한 아파트에서 친누나인 30대 B씨를 집에 있던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해당 아파트 옥상에 10일간 B씨의 시신을 방치했다가 지난해 12월 말께 렌터카로 운반해 인천시 강화군 삼산면 석모도에 있는 한 농수로에 유기한 혐의도 받는다.

경찰은 A씨가 범행 후 B씨 명의의 모바일 메신저와 은행 계좌를 사용한 것을 확인하고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컴퓨터 등 사용사기 혐의를 추가로 적용하기로 했다.

A씨는 모바일 뱅킹을 이용해 B씨 명의의 은행 계좌에서 자신의 계좌로 돈을 이체한 뒤 식비 등 생활비로 사용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A씨는 살인 범행 이후 누나 B씨의 '카카오톡' 계정 등을 이용해 B씨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부모를 속여 지난 2월 14일에 경찰에 접수된 가출 신고를 취소하게 한 것으로 확인됐다.

B씨의 시신은 농수로에 버려진 지 4개월 만인 지난달 21일 오후 2시 13분께 인근 주민에게 발견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우발적 범행이었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누나와 성격이 안 맞았고 평소 사소한 다툼이 있었다"며 "회사를 마치고 집에 늦게 귀가했는데 누나가 늦게 들어온다고 잔소리를 해 화가나 부엌에 있던 흉기로 누나를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특히 A씨는 B씨 발인 때 영정사진을 들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져 공분을 샀다.

또 누나의 사체가 농수로에서 떠오르는 것을 우려해 인터넷 포털에 '강화 석모도'를 자주 검색한 정황도 나타났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