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학 포기한 '맥도날드' 알바생…"대학 간 친구들이 부러워해"
1999년 고등학교 1학년 햄버거 매장 아르바이트로 사회생활에 첫발을 내딛었다. 외환위기로 어려웠던 가정경제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던 게 이유였다.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친구들과 달리 3년내내 크루(매장 아르바이트 직원)생활을 지속했다. 취업과 진학을 두고 고민을 했지만, '내가 잘 할 수 있고,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에 도전하는 것이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해 진학을 포기했다.

직업에 대한 소신있는 생각과 행동은 그를 빠른 승진으로 이끌었다. 입사 3년이 지난 스무살에 정규직 매니저가 됐고, 25살에는 최연소 점장 타이틀을 얻었다. 입사 16년이된 2015년엔 전세계 상위 1% 점장에게 수여하는 '레이크록 어워드'를 받았다.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때는 강릉 선수촌 점장이 되는 경험도 맛봤다. 그리고 2019년 서울 맥도날드 매장 7개를 관리하는 오퍼레이션 컨설턴트(OC)가 됐다. 고교 1학년 크루로 시작한지 20년만의 성과다.

바로 맥도날드 윤미숙 OC의 이야기다. 윤 씨는 "아이 둘을 낳았지만 커리어를 지속하고 있다"며 "지금은 대학에 진학했던 고교 동창들이 오히려 저를 부러워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남편과 아이들도 맥도날드 일을 계속할 것을 날마다 당부할 정도"라며 웃었다. 맥도날드에서 성장해 커리어우먼이 된 윤씨를 지난달 30일 만났다.
진학 포기한 '맥도날드' 알바생…"대학 간 친구들이 부러워해"

서울 7개 매장의 OC인데 어디를 관리하시나요

"현재 종로 지역과, 강남, 성동구 일부 매장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매월 스케줄 작성을 통해 매장 방문 일정과 기타 업무에 대한 근무를 조정합니다."(맥도날드는 여러명의 OC를 관리하는 오퍼레이션 매니저, 이사 등의 승진체계를 두고 있다. 맥도날드코리아 본사직원의 절반은 매장 출신이다.)

매장관리자의 주된 업무는 뭔가요

"매장의 점장은 매장을 이끄는 리더입니다. 매장의 직원들을 교육하고 관리해 고객을 매일 만나는 현장에서 고객에게 최상의 경험 제공하도록 리드해야 합니다. 지역관리자는 담당하는 매장들의 시스템과 운영 상황 점검을 통해 고객에게 좋은 품질의 맛있는 제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매장을 찾아 주시는 고객들의 만족을 이끌어 내고 궁극적으로 매장의 비즈니스가 성장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매장이 운영될 수 있도록 코칭 하는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크루로 입사했는데, 빠르게 승진할 수 있었던 비결이 있다면

"회사의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과 리더십 개발 프로그램을 통해 꾸준히 성장했다고 생각합니다.

크루로 근무하면서 첫 도전은 크루 트레이너(새로 입사하는 크루의 교육을 진행하고 멘토가 되어주는 역할)로의 성장이었습니다. 내가 누군가를 가르치고 적응할 수 있게 도움을 준다는 것이 굉장한 성취감으로 다가왔고 더 많은 것에 도전하고 싶어졌습니다. 이후 크루로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단순한 아르바이트 직원이 아닌 리더로써 대우해주는 맥도날드에서 일하는 것이 너무 자랑스러웠습니다. 출근하는 매일 매일이 설레고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회사의 교육 프로그램 등 경험을 쌓아야 할 일이 있을때 적극적으로 주도적으로 참여한 것이 승진에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2007년 최연소 점장이 됐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때 아르바이트 직원(크루)로 시작해 20살에 정규직 매니저, 25살에는 점장으로 진급했습니다."

친구들이 대학갈 때 내적 갈등은 없었나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쯤 진학과 취업에 대해 고민을 했지만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에 도전하는 것이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다 보니 누구보다 성실하게 배우고 주도적으로 실행했고 때로는 경쟁에서 우위에 서고 싶은 욕심도 있었습니다.
그런 저를 지지해주고 이끌어 주셨던 많은 롤모델 점장님들이 계셨기에 누구보다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매니저로 커리어를 시작하면서 저의 단기적인 목표와 장기적인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우고 지속적으로 노력하여 최연소 점장이 될 수 있었습니다."

크루, 매니저, 부점장, 점장 등 각 직무마다 역할과 업무가 다를 것 같습니다.

"크루는 교육 받은 절차에 따라 버거 등 제품을 조리하고 판매하는 역할을 합니다. 필요에 따라 매장의 위생과 청결을 위한 업무도 수행합니다. 개인의 역량에 따라 크루 중에서도 팀을 이끄는 팀리더, 서비스의 롤모델이 되는 고객환대 전문가인 GEL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이후 정규직 전환 과정에 지원해 매니저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매니저는 매장 운영을 관리하고 고객과 매장 직원들의 피드백을 조정하는 역할을 합니다. 부점장은 매장 전체 시스템을 관리하고 각 파트별 인사관리, 인벤토리 시스템을 점검합니다. 점장은 매장내 모든 일을 책임지고 시스템을 통해 고객에게 최상의 경험을 제공하는 책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진학 포기한 '맥도날드' 알바생…"대학 간 친구들이 부러워해"
맥도날드는 더 많은 크루들이 정규직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시프트 매니저' 직급을 신설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크루의 정규직 전환율은 전년보다 3.4배 증가했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한국맥도날드 매출은 전년 대비 9.1% 성장한 7900억원을 기록했다. 이러한 성장세에 힘입어 한국맥도날드는 올해 500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할 예정이다.

매장 매니저 공채가 진행중입니다. 면접땐 뭘 물어보시나요

"일정에 따라 매장 매니저 공채 및 내부 직원의 정규직 전환 과정의 면접 위원으로 참석하고 있습니다. 회사의 핵심가치에 부합하는 인재 인지, 리더십 역량을 통해 성장이 가능한지를 중요한 자질로 평가합니다.지원자의 경험을 통해 리더십, 성장에 대한 열망이 있는지, 업무 지원동기는 무엇인지, 고객 만족 성향은 어느정도인지 등 다각도록 확인하죠. 기본적으로 잘 웃는 표정을 보면 환대가 일상화 된 지원자인지 알 수 있어요. 또한, 매장은 팀으로 일해야 하기에 팀 경험을 통한 갈등 극복사례를 묻기도 합니다. 고객이 불만을 제기할때 어떻게 대처했는지도 질문을 합니다."

맥도날드 점장들의 특징이 있다면

"책임감, 성장하고자 하는 마음그리고 끊임없는 노력과 도전입니다."

청년 취업난이 심각합니다. 어떤 조언을 주실 수 있을까요

"자신이 잘할 수 있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행복하게 일해야 자신도 행복하고 주변도 행복해 지기 때문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맥도날드 커리어의 가장 큰 가치는 리더가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햄버거를 만들고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매장을 운영하기 위해 리더로 성장하는 과정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값진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조직생활의 기본인 팀워크를 배울 수 있습니다. 나의 실수가 남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내가 어떻게 솔선수범해야 하는지를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습니다. 맥 알바는 제 아이들에게도 도전 해볼 것을 권하고 싶은 '강추 알바'입니다."

'레이 크룩 어워드'를 받으셨습니다.

"맥도날드 창업자인 '레이 크록'의 이름을 따서 만든 상입니다. 전세계 상위 1% 맥도날드 점장에게만 수여되는 상으로 2년마다 심사를 거쳐 수여합니다. 평가기준은 매출, 매장 인력관리, 수익, 고객만족 운영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합니다. 저는 2015년 신촌 점장으로 근무할 당시 ‘시그니처 버거’를 성공적으로 론칭해 2016년 수상하였습니다. 그해 한국에선 4명이 공동 수상했습니다. 수상을 위해 미국 올랜도에서 열리는 월드 와이드 컨벤션에 참석했습니다. 동반 1인까지 9박10일 공식 일정의 모든 경비를 회사에서 지원해 주어 남편과 함께 생애 첫 미국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이 맛'을 본 남편은 이후 저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었습니다.ㅋㅋ"

평창 올림픽 선수촌 매장점장이셨어요

"동계 올림픽 선수촌의 경험은 제가 맥도날드에서 근무했기에 경험할 수 있었던 정말 영광스러운 순간이었습니다. 특별한 메뉴를 따로 개발하지는 않았으며 전 메뉴가 아닌 일부 메뉴만 선수들에게 제공되었습니다. 모든 식사는 무료로 제공했습니다. 또한 일반 매장과 달리 선수 개개인 필요에 따라 재료를 추가하고 뺄 수 있는 부분을 올림픽매장에 적용했습니다.

특히 선수들에게 제공되는 만큼 가장 긴장되었던 순간이기도 합니다. 당시 올림픽 기간 내에는 지역 자체에 외부인의 출입이 제한적이었고 근무자들의건강이 최우선 되었습니다. 현재 코로나 방역 수칙을 그때부터 적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엄격한 관리가 이뤄졌습니다. 한달이 넘는 기간 동안 지정된 숙소에서 숙박을 하며 올림픽 매장 운영에만 집중을 했고 회사의 많은 지원과 혜택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2018 평창 동계 올림픽 공식 파트너인 맥도날드는 올림픽 기간 강릉 선수촌과 강릉 올림픽파크에 햄버거 세트 모양의 매장을 운영해 눈길을 끌었다.)

두 아이의 엄마로서 일과 가정의 병행이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2009년 5월, 큰 아이 출산 휴직 3개월과 육아 휴직 12개월을 사용했습니다. 2011년 7월에는 둘째 아이 출산 휴직 3개월과, 육아 휴직 12개월을 모두 사용하였습니다. 복직을 앞두고 회사에서 먼저 안정적인 커리어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많은 지원을 해줬습니다. 특히 맥도날드는 장기간 휴직 후 복직 시 ‘복직 프로그램’을 통해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휴직기간 동안 변화된 레스토랑의 시스템에 대해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입니다. 휴직 기간에 따라 최대 7일 스케줄을 반영해 정상적인 업무가 가능하도록 선임 또는 동료가 교육을 실시합니다. 매장의 규모와 휴직의 기간, 변화의 정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저는 두 아이 출산 휴직 후 모두 2주씩의 복직 프로그램을 이수했습니다.

맥도날드는 기혼자, 미혼자를 구별하지 많고 모두 팀으로 생각하는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매장에서는 경력이 단절되었다가 매니저로 도전하는 주부 사원도 있고, 다양성을 존중하고 있어서 이러한 부분에 불편함을 느낀 적은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저희 회사는 연차 휴가 사용을 굉장히 장려하고 있어서 개인적인 휴식과 가족과의 충분한 시간을 보내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최대한 직원의 신청을 반영하여 휴가일수를 조정해주고 휴무일도 이어서 사용하여 개인의 충분한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을 보장합니다.맥도날드는 경단녀도 은퇴자도 차별없이 일할 수 있는 곳입니다. "

향후 목표가 있다면

"저는 차별 없는 근무 환경과 지속적인 성장을 지원하는 맥도날드에서 근무하며 컨설턴트까지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커리어를 이어 가기 위해 업무와 관련된 자기개발을 지속할 계획이며 기회가 된다면 다른 부서로 이동하여 경험을 넓혀 계속 성장하고 싶습니다. 더 나아가 전세계 맥도날드 최상위 1% 우수 직원에게 수여하는 'President's Award'를 수상해 보고 싶은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