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악취에 파리떼 활개, 오염 우려로 살충제도 사용 못 해
제주시 "계속해서 수거하고 있지만 인력 부족해 한계"

"윙∼, 윙∼, 윙∼"
[르포] 파리 소굴 된 제주 비양도…원인은 중국발 괭생이모자반
29일 오전 '섬 속의 섬' 제주시 한림읍 비양도 선착장에 도착하자 낯익은 귀찮은 소리가 귓가를 맴맴 돌았다.

'파리'였다.

바닷가라 그런가 보다 하고, 손을 휘저어 파리를 쫓고 서둘러 선착장을 빠져나왔다.

그러나 경치를 보려고 잠깐 걸음을 멈추니 이번엔 신발에 파리들이 달라붙었다.

발을 훌훌 털고 조금 더 걸어가니 이번엔 악취와 함께 나타난 파리들이 시야를 어지럽히기 시작했다.

해안가 곳곳에 쌓인 쓰레기에서 나온 듯했다.

조금 더 걸어간 바닷가는 아예 파리 소굴이었다.

악취를 풍기며 썩어가는 괭생이모자반에 이리저리 얽혀 있는 비닐봉지에 각종 페트병까지. 쓰레기에 파리떼가 들끓고 있었다.

[르포] 파리 소굴 된 제주 비양도…원인은 중국발 괭생이모자반
주변을 걷는 이들은 혹시라도 입으로 파리가 들어갈까 연신 '푸∼, 푸∼' 하는 소리를 냈다.

지나가는 관광객마다 "어휴, 징그러워∼", "바다 청소를 안 하나 봐"라며 해양쓰레기가 있는 곳을 가리키며 한마디씩 했다.

특히 파리가 가장 많이 출몰한 지점은 청록색 바다와 보랏빛으로 물든 들꽃이 어우러진 사진 명소였지만, 들꽃과 푸릇푸릇 자라난 각종 식물은 파리 휴게소를 방불케 했다.

이름 모를 초록색 풀잎마다 수박씨처럼 파리가 달라붙어 있었다.

우정 여행을 온 관광객 이모(경기·51)씨와 김모(경북·51)씨는 "제주에 원래 이렇게 파리가 많냐"며 "주변에 목장이 있는 줄 알았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지나가던 주민은 되레 이날이 만조라 괭생이모자반이 물에 잠겨 있어 파리가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6일 비양도를 찾았던 제주도민 한모(36)씨는 "도항선에서 내려 비양도 땅을 밟는 사람마다 눈도 제대로 못 뜨고 머리만 강하게 흔들길래 왜 저러나 싶었는데, 파리를 털어내는 것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시멘트 포장길이 거뭇거뭇하길래 자세히 보니 강한 바닷바람에 날아가지 않으려는 파리가 땅에 붙어 있었다"며 몸서리를 쳤다.

[르포] 파리 소굴 된 제주 비양도…원인은 중국발 괭생이모자반
제주도청 홈페이지에도 관련 민원이 게시되기도 했다.

지난달 13일 비양도를 방문했다는 글쓴이는 "자전거를 타고 출발한 지 5분도 안 돼 엄청난 파리떼가 몰렸다"며 "잠깐 이러고 말겠지 생각했지만 달릴수록 파리떼가 넘쳐났다"고 말했다.

그는 "마스크와 옷, 머리카락 속에 미친 듯이 파리가 들어오고, 얼굴과 살에 파리가 쉴 새 없이 부딪혀 떨어져 나갔다"며 당시 상황을 '만화에서 볼법한 장면'이었다고 묘사했다.

이 같은 파리떼의 습격은 현재 제주시 한림읍 협재와 금능해수욕장까지 영역을 넓힌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다면 왜 비양도에 파리가 들끓게 됐을까.

그 이유로는 괭생이모자반과 해양쓰레기가 꼽힌다.

썩은 괭생이모자반과 해양쓰레기는 파리가 산란하고, 파리 유충이 발육하기 적절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제주시 관계자는 "괭생이모자반이 썩으면서 파리가 생겼다가 햇빛을 받아 바짝 마르면 또 파리가 줄어들었다가를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는 괭생이모자반 유입량이 평년보다 눈에 띄게 늘어나고, 날씨도 일찌감치 따뜻해지면서 파리 개체 수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

[르포] 파리 소굴 된 제주 비양도…원인은 중국발 괭생이모자반
실제 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8일까지 제주에 유입된 괭생이모자반은 9천600t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전체 유입량 5천185t과 비교해도 1.8배(4천415t)나 많은 양이다.

비양도의 경우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괭생이모자반 20t을 수거한 상태다.

제주시 한림읍사무소 관계자는 "괭생이모자반을 계속해서 수거하고 있지만, 인력이 부족해 한계가 있다"며 "여기에 암벽 등 접근이 어려운 곳에 있는 해양 오염 우려로 살충제도 뿌리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제주시 한림읍 지역뿐 아니라 한경면과 애월읍 등 인접한 지역 해안가도 상황이 비슷한 것으로 안다"며 "다행히 이달 들어 괭생이모자반 유입이 줄어들고 있어, 파리 개체 수도 지난달과 비교했을 때 눈에 띄게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dragon.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