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곳곳에 붙은 군부 규탄 전단…민주정부 기념행사도
미얀마인 '만남의 장' 인천 부평…민주화 응원 열기 가득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도와주세요.

미얀마 군사 쿠데타를 인정하지 말아 주세요.

'
지난 25일 인천시 부평구 부평역 인근 골목에 들어서자 미얀마 군부의 군사 쿠데타를 규탄하는 한국어와 미얀마어 문구가 담긴 전단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전단은 거리를 따라 늘어선 미얀마 음식점과 식료품점 출입문의 유리창마다 자리했다.

전단에는 미얀마 군부를 규탄하는 내용부터 미얀마의 민주화 운동을 지원하기 위한 성금 모금을 안내하는 내용까지 담겼다.

이 골목에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 편의점에도 '가맹점주협의회' 명의로 '미얀마 군부의 군사쿠데타와 민간인 학살을 강력 규탄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인천 부평 지역에서 미얀마의 민주화를 지원하는 움직임이 활발한 것은 이곳이 국내 미얀마인들의 일종의 '만남의 장'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얀마인 '만남의 장' 인천 부평…민주화 응원 열기 가득
수년 전부터 미얀마 불교 사원 등이 들어서면서 부평역 일대에 형성된 미얀마인 커뮤니티는 부평지역이 이 같은 역할을 하게 된 배경이다.

부평역 일대에는 수년 전부터 미얀마 불교 사원 5곳이 설립됐고, 미얀마 음식과 식료품 등을 파는 가게들이 잇따라 들어섰다.

부평구에는 지난달 말 등록 기준으로 외국인 426명이 거주하고 있다.

2015년∼2019년 법무부가 추진한 재정착 난민 수용 사업에 따라 한국에 온 미얀마 출신 난민 100여명 중 대부분도 부평에 정착했다.

부평역 일대는 미얀마인들에게 만남의 장소로 부상하면서 휴일이면 전국 각지에서 많은 미얀마인이 찾는 명소가 됐다.

미얀마 군부에 맞서 출범한 민주 진영의 국민통합정부(NUG) 출범을 기념하는 국내 행사도 지난 25일 오후 부평구에 있는 민주노총 인천본부 지하대강당에서 열렸다.

대강당에 모인 미얀마인 등 90여명은 2시간 동안 공연 등을 곁들인 행사를 통해 미얀마 민주화에 대한 열망과 열기를 표현했다.

행사에는 NUG도 부통령 명의의 서한을 보내 '대한민국 국민들은 군사정부의 어려움을 겪은 경험이 있고, (군부가 물러날 때까지) 저항할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가졌다"며 "우리도 그 용기와 지혜를 전달받으며 정의가 반드시 이길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했다.

미얀마인 '만남의 장' 인천 부평…민주화 응원 열기 가득
부평을 중심으로 미얀마에서 온 학생·노동자·활동가 등은 '미얀마군부독재타도위원회'도 결성해 자국의 민주화를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 단체는 지금까지 3억5천만원을 모금해 민주화운동으로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공무원 등 시민들을 지원했다.

현재 위원회 공동대표 중 소모뚜(46)씨와 얀나잉툰(51)씨 등 2명은 미얀마 군부로부터 지명 수배를 받은 상태다.

27일 윙라이(49) 미얀마군부독재타도위원회 공동대표는 "한국은 일반 시민부터 정부까지 미얀마의 민주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줘 항상 감사하다"며 "한국의 역할 덕분에 새로 출범한 정부(NUG)도 우리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고 설명했다.

소모뚜 공동대표의 요청으로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인천시 부평구도 직원 성금 모금과 사진전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인천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와 함께 진행한 모금 운동은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만 진행됐는데 1천만원이 넘게 모였다.

부평구 관계자는 "혹시나 오해가 있을 수도 있어 조심스럽게 자발적 참여 의사가 있는 직원들을 대상으로만 모금 운동을 진행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돈이 모였다"며 "추후 논의를 거쳐 활용처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4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 회원국이 미얀마 사태 해결을 위한 '폭력 중단'에 합의했음에도 미얀마에서는 군·경의 실탄 발포와 체포, 구금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윙라이 공동대표는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는 것이 쿠데타 세력의 과거부터 수법"이라며 "국제사회에 보여주기 위해 폭력 중단에 합의하고도 계속해 폭력을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한국 내에서 미얀마의 민주화를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얀마인 '만남의 장' 인천 부평…민주화 응원 열기 가득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