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WEHI 연구진, 미국 국립과학원회보에 논문
신종 코로나 중화하는 '나노바디', 알파카에서 분리 성공
낙타, 알파카, 라마 등의 낙타과 동물은 병원균에 대해 강한 면역력을 보인다.

그 이유는 '나노바디(Nanobodies)'라는 특수 항체를 몸 안에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 항체의 10분의 1 크기인 나노바디는 항원 접근성이 뛰어나 강력한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공 나노바디는 낙타과 동물에서 발견되는 단일 사슬 항체의 항원 인식 가변 부위를 분리해서 만든다.

생분해가 가능한 인공 나노바디는 이미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치료제 개발 등에 널리 쓰인다.

호주 WEHI(Walter and Eliza Hall Institute of Medical Research) 과학자들이 알파카의 나노바디를 이용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에 대해 중화 능력을 보이는 나노바디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이 나노바디가 신종 코로나의 숙주세포 진입을 효과적으로 차단한다는 걸 전임상 동물실험에서 확인했다.

이 나노바디는 신종 코로나 외에 변이 코로나와 사스(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 코로나도 식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WEHI의 와이-홍 탐(Wai-Hong Tham) 부교수 연구팀은 최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신종 코로나 중화하는 '나노바디', 알파카에서 분리 성공
27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연구팀은 호주 빅토리아주에 서식하는 알파카 무리를 실험 모델로 삼아, 신종 코로나를 중화하는 나노바디를 생성하게 면역 반응을 유도했다.

면역 항원으론 스파이크 단백질의 비 감염 부위를 합성해 썼다.

연구팀은 이어 알파카의 유전체에서 나노바디 생성 정보를 가진 유전자 서열을 분리했다.

이 염기서열을 이용해 수백만 개 유형의 나노바디를 실험실에서 만든 뒤 스파이크 단백질과 잘 결합하는 것들만 골라냈다.

그런 다음 결합력이 가장 뛰어난 나노바디 2종을 섞은 '나노바디 칵테일'로 동물 실험을 했다.

이 나노바디 칵테일은 신종 코로나의 숙주세포 진입을 차단할 뿐 아니라 바이러스 로드(loads: 입자 수)도 낮췄다.

연구팀은 또 극저온 전자현미경(Cryo-EM)으로 나노바디와 스파이크 단백질의 상호작용을 거의 원자 수준에 가깝게 관찰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신종 코로나를 식별할 수 있는 특정 나노바디도 찾아냈다.

이 나노바디는 빠르게 확산 중인 변이 코로나와 신종 코로나의 원조 격인 사스 코로나도 식별했다.

이 나노바디가 신종 코로나와 사스 코로나에 대해 교차 면역을 일으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탐 교수는 "인간에 감염하는 신종 코로나와 사스, 메르스 등에 결합하는 나노바디는 미래에 나타날 코로나에도 효과가 있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신종 코로나에 대해 중화 능력을 보이는 인공 나노바디를 개발한 게 처음은 아니다.

일례로 영국 옥스퍼드대, 레딩대 등의 공동 연구진은 지난해 7월 라마의 혈액에서 분리한 나노바디를 조합해 신종 코로나 중화 나노바디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인공 나노바디를 신종 코로나에 적용해 스파이크 단백질의 세포 수용체 결합을 막는 데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논문은 '네이처 구조 분자 생물학(Nature Structural & Molecular Biology)'에 실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