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범구 청년재단 신임 이사장 "경쟁에 지친 '고립청년' 사회진출 도와야죠"
“청년들이 ‘각자도생’해야 하는 시대라고 말합니다. 취업 경쟁이 심해지면서 낙오하는 청년들이 나오고 있죠. 이런 청년들을 보듬어 주는 게 청년재단의 최우선 목표죠.”

정범구 청년재단 이사장(사진)은 지난 2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취임 소감과 비전을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청년재단은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청년 취업을 돕기 위해 정부 주도로 시작한 비영리 공익재단이다. 지난해 11월까지 주독대사를 맡았던 그는 12일 청년재단 신임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뉴스를 오래 챙겨 본 사람이라면 정범구를 언론인, 정치인으로 기억할 것이다. 1990년대 라디오, TV 시사프로 진행자를 맡았으며 16·18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정 이사장은 “정계에 오래 몸담았지만 이제는 새로운 세대가 이끌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주독대사 퇴임 이후 청년을 위한 활동을 찾던 중 지인들의 추천으로 청년재단에 합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 이사장은 ‘고립 청년’에 대한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취업문이 갈수록 좁아지면서 과열된 경쟁을 버티지 못해 스스로 사회활동을 끊는 청년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경기연구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에 거주 중인 20~34세 청년층 중 사회·경제활동을 아예 중단한 비율은 8명 중 1명꼴(15.1%)로 나타났다.

보호종료청년에 대한 재단의 지원도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보육시설이나 위탁가정에 맡겨져 자라온 아이들이 만 18세가 되면 법적 보호 조치가 종료돼 사회로 나오게 되는데 지방자치단체별 정착금은 500만원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정 이사장은 “취업했다가도 회사에 적응하지 못해 고립을 택하는 청년도 증가하고 있어 공동생활, 관계 형성 등으로 고립을 막는 지원활동을 재단이 하고 있다”며 “보호종료청년들은 과열 경쟁에 아무런 준비 없이 그대로 내던져지는 만큼 추가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청년세대에서 더욱 민감해진 ‘공정성’ 문제도 과열 경쟁에서 비롯됐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 ‘조국 사태’에서 공정성 문제가 불거지며 청년들이 정부에 대해 보이는 반감도 깊어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마련된 청년기본법은 ‘청년의 공정한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겪는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죠. 그런데 정치인들이 나서서 ‘내로남불’식 태도를 보였으니 청년들이 분노할 수밖에요.”

앞으로 청년재단을 청년 지원활동의 ‘플랫폼’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게 정 이사장의 목표다. 전국 지자체별로 마련된 청년지원정책을 보완하고,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는 역할을 맡겠다는 얘기다.

정 이사장은 “전국 지자체의 청년 관련 조례만 200개가 넘는 만큼 이를 비교·종합할 수 있는 중간 매개체가 필요하다”며 “청년 관련 문제에 대해 정부 기관과 민간기구, 지자체를 잇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배태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