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 이송지연과 사망간 인과관계 없다"…불송치 방침
경찰, 구급차 막은 택시기사에 살인 등 '혐의없음' 결론
지난해 6월 응급 환자가 탄 구급차를 고의로 받고 진로를 막은 택시기사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택시기사에게 환자 사망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보고 사건을 '혐의없음'으로 종결하기로 했다.

23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강동경찰서는 살인과 살인미수, 과실치사·치상, 특수폭행치사·치상, 일반교통방해치사·치상,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위반 등 9개 혐의를 받는 택시기사 최모(32)씨를 내주께 혐의없음 처분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최씨는 이 사건을 비롯해 2015년부터 5년간 전세 버스나 회사 택시·트럭 등을 운전하면서 가벼운 접촉사고로 총 2천150만원 상당의 합의금 등을 챙긴 혐의로만 구속기소돼 지난달 항소심에서 징역 1년 10개월을 확정받고 복역 중이다.

당시 구급차 환자 사망 책임을 묻는 살인·특수폭행치사 등 혐의로는 검찰이 기소하지 않아 재판부도 사고와 환자 사망의 인과관계는 판단하지 않았다.

경찰이 살인 혐의를 적용하지 않기로 한 사실은 이미 알려졌으나, '검찰 불송치'로 가닥이 잡히면서 경찰 단계에서는 나머지 혐의도 모두 인정되지 않게 됐다.

경찰 관계자는 "대한의사협회 감정 결과 '고의적 이송 지연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최씨의 행위가 환자를 사망케 한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는 피해 차량에 의료종사자가 동승하지 않아 인정되지 않는다"며 "특수폭행치사·치상 혐의는 이미 기사가 특수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형이 확정돼 '공소권 없음'으로 처분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구급차에 탄 환자가 사망한 안타까운 사건으로 한 치의 의혹이 없도록 철저히 수사했으나, 과학적 분석 결과 범행과 사망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최씨는 지난해 6월 8일 서울 강동구의 한 도로에서 구급차와 일부러 접촉사고를 내고 "사고 처리부터 해라. (환자가) 죽으면 내가 책임진다"며 10여 분간 앞을 막아섰다.

이 차에 타고 있던 79세의 폐암 4기 환자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고 약 5시간 만에 숨졌다.

이 사건은 숨진 환자의 아들이 최씨를 처벌해달라며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알려져 공분을 샀다.

환자 유족은 지난해 7월 최씨를 살인 등 9개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이에 유족 측은 가족이 겪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

유족 측 변호인인 이정도 법무법인 참본 변호사는 "추후 불송치 이유서를 받아 민사소송에 활용할 여지가 있는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숨진 환자의 아들인 김민호씨는 "분하고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이 인정해야 할 것 같다"며 "민사에서라도 다퉈 책임을 제대로 인정받도록 다투겠다"고 했다.
경찰, 구급차 막은 택시기사에 살인 등 '혐의없음' 결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