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심의에 상당 시일 소요"…기소 앞두고 '시간끌기' 전략 차단
전문수사자문단 요청엔 "대검과 이견 없어 해당 안 돼" 일축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받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에 전문수사자문단 및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한데 대해 검찰이 대검에 직접 수사심의위 소집요청을 하며 맞불을 놨다.

이는 검찰이 기소를 앞둔 이 지검장의 '시간끌기' 전략을 원천 차단하고, 대검과 수사팀 사이에 이견이 없다는 사실을 공식화함으로써 기소 결정을 밀어붙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성윤 수사심의위 카드에 수원고검 직접요청 맞불…"조속 개최"(종합)

이 지검장 측은 22일 "대검에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요청함과 동시에 수원지검에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수사 심의 결과는 권고적 효력만 있으나, 검찰이 그동안 다수의 사건에서 심의 결과를 수용한 전례가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지검장이 최종 결론을 뒤집을 카드를 꺼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아울러 수사심의위 개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검찰시민위원 추첨, 부의 심의 등 관련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지검장이 '시간끌기' 전략으로 심의위 개최를 요구한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 지검장이 수사심의위 개최 요구 입장문을 낸 지 불과 3시간여 뒤 이번 사건 수사를 총괄 지휘하는 오인서 수원고검장이 직접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에게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했다.

검찰은 "사건 관계인이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하는 경우 대검 수사심의위 부의 여부 결정을 위해 위원회 구성, 심의, 의결을 거치는 데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 수사 총괄책임자인 수원고검장이 직접 소집 요청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청이 직접 수사심의위 개최를 요구할 경우 구성, 심의, 의결 등의 절차가 필요 없이 대검이 개최 여부만 결정하면 된다.

수원고검의 이번 결정은 수사심의위가 열려도 현재 수사팀이 내린 기소 결정이 유지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인 것으로 해석됐다.

또 최대한 빨리 심의위를 열어 기소를 밀어붙이겠다는 것으로, 이 지검장의 '시간끌기 전략'의 허를 찌른 수사팀의 반격이라는 분석도 있다.

검찰은 아울러 "전문수사자문단은 중요 사건의 수사 또는 처리와 관련해 대검과 일선 검찰청 간 이견이 있는 경우에 검찰총장이 직권으로 소집하는 제도로서 이 사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 지검장의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요구를 일축했다.

수사팀과 대검 사이에 이 지검장을 기소하기로 의견이 일치한 만큼 전문자문단을 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검찰 수사심의위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사건 등의 수사 과정을 심의하고 결과의 적법성을 평가하기 위한 제도로 2018년 도입됐다.

수사심의위 권고는 구속력이 없어 검찰이 꼭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영향력은 큰 편이다.

이 제도 도입 이후 현재까지 모두 12차례 열린 수사심의위의 의견을 검찰이 수용한 것은 9번이나 된다.

검찰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관련한 불기소 권고와 채널A 사건 관련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수사 중단 권고는 따르지 않았고, 이 부회장의 '프로포폴 불법투약' 의혹에 대해서는 아직 처분을 내리지 않은 상태이다.

이번에 13번째 수사심의위가 열리게 될 경우 수사팀이 내린 결론과 다른 의견이 나올 가능성도 없지는 않으나, 검찰이 직접 소집 요청을 한 점에 미뤄볼 때 만에 하나 불기소 권고가 나오더라도 받아들이지 않으리란 관측이 제기된다.
이성윤 수사심의위 카드에 수원고검 직접요청 맞불…"조속 개최"(종합)

전문수사자문단은 중요 사안의 공소제기 여부 등을 심의하기 위해 검찰총장이 소집하는 자문기구로, 수사 대상자가 직접 소집 신청을 할 수 없고, 법률 전문가로만 구성된다는 점에서 수사심의위와 다르다.

전문자문단 소집은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외압 의혹(2018년 5월), 국가보훈처 부정청탁 의혹(2019년 6월), KT 채용비리 의혹(〃 7월) 등 지금까지 3차례 있었다.

지난해에는 '검언유착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던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전문자문단 소집 요청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이례적으로 수용했으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철회된 바 있다.

만약 이 지검장의 요청을 조 차장검사가 받아들이면 이번이 통산 4번째 전문자문단 소집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사팀과 대검 간에 이견이 없어 이 사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검찰 입장문으로 볼 때 전문자문단 소집 가능성은 크지 않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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