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지연·증거인멸 우려" vs "검찰이 오해한 것"
검찰-효성, 계열사 직원 증인 불출석 놓고 공방(종합)
검찰이 22일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로 기소된 조현준(53) 효성그룹 회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된 계열사 직원이 거짓 사유를 대고 불출석했다며 증거 인멸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김준혁 판사는 22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조 회장에 대한 공판기일을 열었다.

당초 이날은 효성중공업 직원인 양모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었으나 그가 출석하지 않아 신문이 무산됐다.

검찰은 "양씨가 5일 전 불출석 사유서를 냈는데, 작년 3월부터 미국 주재원으로 일하고 있어 증인으로 출석하기 어렵다는 내용이었다"며 "출입국 내용을 확인한 결과 놀랍게도 불출석 사유서의 내용이 허위였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설명에 따르면 양씨는 지난해 7월 미국에 1개월 동안 출장을 다녀오고 두 달 뒤 미국과 프랑스 등에 4개월 동안 출장을 다녀왔다.

올해 3월께 미국으로 출장을 떠났다.

검찰은 "양씨가 미국 주재원으로 있었다고 주장하는 지난해 3월은 미국과 전 세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창궐해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유학생 비자와 주재원 비자 발급을 거부하던 때"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양씨는 조현준 피고인이 효성 전략본부장으로 일할 때 소속 직원이었다"며 "피고인이 양씨의 불출석에 관여한 것인지 의심된다"고 했다.

이어 "양씨의 불출석은 단지 재판 지연뿐 아니라 증거 인멸도 우려된다"며 "피고인에게 증인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경고해달라"고 강조했다.

이에 조 회장의 변호인은 "만약 미국에서 근무하고 체류하는 것이 맞는다면 올해 3월 미국에 돌아간 사람에게 법정에 출석하라고 하기 어렵다"며 "근무가 맞는지 확인해 의견서를 내겠다"고 답했다.

변호인은 "검찰의 막연한 의문 제기가 타당한지 강력한 의문이 있다"고 했다.

효성 측은 양씨의 재판 불출석에 대해 "미국 멤피스 공장 정상 가동을 위해 작년 3월 미국에 파견 발령받고 현지에 근무 중"이라며 "불출석 사유서가 허위라는 검찰 주장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사실무근"이라고 설명했다.

또 "양씨는 코로나19 확산이라는 특수 상황으로 주재원 비자 발급에 차질이 생겨 일단 파견 근무를 해왔으며 지난 3월 주재원 비자를 받아 주재원 자격으로 현지 근무 중"이라며 "서둘러 귀국해 재판에 출석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조 회장은 총수익스와프(TRS) 거래를 통해 계열사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GE)를 부당하게 지원한 혐의로 2019년 12월 기소됐다.

TRS는 금융회사가 페이퍼컴퍼니인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해 특정 기업의 주식을 매수한 뒤 해당 기업에 실질적으로 투자하려는 곳으로부터 정기적으로 수수료 등을 받는 방식을 말한다.

채무보증과 성격이 비슷하기 때문에 기업이 계열사 지원 또는 지배구조 회피 수단으로 이를 악용한다는 지적이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조 회장의 사실상 개인회사인 GE가 경영난에 처하자 그룹 차원의 지원 방안을 기획하고 효성투자개발과 특수목적회사 사이의 TRS 거래를 통해 자금을 대줬다고 보고 2018년 4월 시정명령과 3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뒤 검찰에 고발했다.

/연합뉴스